[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의 위안화 급락 및 미국산 농산물 구매 중단이 무역 냉전 장기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데 정책자와 시장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한편 협상 타결을 재촉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당초 계산과 빗나갔다는 것.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회동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 관영 매체가 미국산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영원한’ 무역전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BC 등 그 밖에 주요 외신도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6월 오사카 담판 이후 진정됐던 무역전쟁 리스크가 재점화됐을 뿐 아니라 장기전으로 치달을 여지가 크게 높아졌고, 실물경기 한파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모간 스탠리가 9개월 이내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등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에 비관론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미국 무역 정책관을 지낸 워싱턴 소재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PI)의 웬디 커틀러 연구원은 FT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타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판단했다.
난징대학의 주 펑 외교학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급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중국 내부에서는 강하게 맞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이미 추가 관세 계획을 세워 놓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고 밝혔고, 지난 3일 이후 수입된 농산물에 관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퇴로를 마련하지 않은 채 벌어진 무역 냉전이 지구촌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자문을 맡았던 필립 레비 플렉스포트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종전에 대한 계획 없이 중국이 굴복할 것이라는 단순한 예상으로 동원한 협박이 기대와 다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행정부가 9월1일 예고한 대로 3000억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강행하는 한편 중국의 보복이 이어지면 9개월 이내에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7월말 상하이에서 결론 없이 담판을 종료한 양국 정책자들은 9월 워싱턴에서 다시 회동을 갖기로 했지만 협상 재개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뉴욕증시의 폭락은 무역전쟁 충격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드러낸 단면이다. 6월 오사카 담판에서 가까스로 재개된 협상이 5월 초 상황보다 악화되자 다우존스 지수가 장중 한 때 750포인트 폭락한 한편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각각 3% 내외로 후퇴했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무역 협상이 말 그대로 탈선했다”며 “관세 전면전과 보복에 따른 충격이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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