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음주운전 적발 기준 살짝 넘겨…“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
1·2심 “운전 당시 농도는 더 낮을 수 있어”…무죄 선고
대법 “적발 당시가 상승기로 보여도 정황 다 따져봐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음주운전 단속을 받아 적발 기준을 근소하게 넘었다고 해도 곧바로 이를 무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54)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원심인 인천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17년 3월 경기도 부천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50m가량 운전하다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는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되기 이전이라 음주운전 적발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이었다. A씨의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59%로, 기준치를 근소하게 넘은 수준이었다.
이에 A씨는 “운전을 종료한 시기가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있어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적발 기준에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에는 시간당 0.008~0.03%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A씨가 음주운전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있었다면 운전했을 때보다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게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하고 있는 모습. [사진=경찰청] |
1·2심은 모두 A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밤 11시 10분,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시각은 11시 38분 37초경이고 알코올농도측정은 11시 55분경에 이뤄졌다”며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은 음주 시작시부터 약 45분 후, 음주 종료시부터 약 16~17분 후, 운전 종료부터는 약 5~10분 후에 이뤄졌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에 의하면 당시 상승기에 있었을 경우 약 5분 사이에도 농도가 0.009% 넘게 상승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최종 운전시점부터 3분 후 호흡측정을 하고 35분 후에 채혈을 했는데, 당시 수치가 각각 0.053%와 0.054%로 거의 차이가 없다”며 “A씨가 주장하는 최초 음주시점부터 호흡측정시, 채혈시까지는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운전 시점과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시점 사이가 상승기로 보이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운전과 측정 사이의 시간 간격, 측정된 수치와 처벌기준치의 차이, 음주를 지속한 시간 및 음주량, 적발 당시 운전자의 행동 양상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은 A씨가 △음주측정이 운전 종료부터 5분 내지 10분 사이 지체없이 이뤄진 점 △적발 당시 A씨의 혈색이 약간 붉은 편이었던 점 △A씨가 호흡과 채혈 측정 당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국과수 감정관의 진술은 추측성 진술에 불과한 점 등을 들어 운전 당시에도 적발기준을 넘겼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음주측정 시점이 상승기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을 감안해도 운전 당시 수치는 0.05% 이상이 된다고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원심은 음주운전의 혈중알코올농도의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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