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점포수 4년 간 400여개 감소
작년 감축 12곳 그쳐…2016년(176곳)·2017년(191곳)과 분위기 변화
대면 영업 필요한 은행업 특수성 및 당국부담도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비용감축과 업무 효율화를 이유로 진행됐던 은행권의 점포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중복 지점들에 대한 통폐합 작업이 상당 부분 이뤄진 데다 급격한 폐쇄에 대한 금융당국과 여론의 부정적 시각 등이 일부 영향을 끼치며 당분간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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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 영업점(지점 및 출장소) 추이. [자료=금감원]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KEB하나·신한·우리은행)의 점포(출장소 포함) 수는 3544개로 4년 전 대비 400여개 가량 감소했다.
은행들은 지난 몇 년간 비대면 거래 일상화 등을 이유로 '몸집 줄이기'를 서둘렀다. 2015년 4000여개에 달했던 이들 은행의 점포 수는 2016년 한해에만 176곳이 감소해 3757개로 쪼그라들었고, 2017년에는 무려 191곳이 사라져 3575개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은행들의 점포 폐쇄 속도는 확연히 주춤해졌다. 지난해 4대 은행의 점포 수는 3563개로 1년 전에 비해 12곳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상반기에 줄어든 점포 수는 19곳에 불과하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올해 들어 각각 8곳, 하나은행이 5곳의 점포를 정리한 반면 신한은행은 출장소를 늘린 영향에 점포 수가 지난해 말과 비교해 되레 2곳이 늘었다.
이는 고객과 대면 창구가 필요한 은행업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일상화됐지만, 아직 대부분의 거래가 조회나 이체 등 단순 서비스에 그치고 있어 무한정 점포를 줄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익성 과제를 안고 있는 은행들은 성장을 위해 고액자산가 같은 우량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대면 영업이 이뤄지는 오프라인 거점이 필요하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영업점 통폐합 과정에서 개인자산관리(WM) 특화 점포를 신규로 개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진행된 점포 통폐합이 어느 정도 진척을 보였다"며 "결국 돈이 되는 영업이 가능한 곳이 오프라인 점포라는 점에서 향후 예전과 같은 급격한 감축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점포 폐쇄를 둘러싼 당국의 압박과 부정적인 여론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당국은 그간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은행들의 빠른 몸집 줄이기 행태에 우려를 표해왔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올 하반기부터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만들어 점포를 폐쇄할 경우 사전 고객 안내 의무화, 이동점포·ATM 마련 등 관련 대책을 각 은행이 직접 마련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은행들의 점포 폐쇄가 꾸준할 것이란 관측이 여전히 높다. 세계은행과 국제통과기금(IMF) 등에 따르면 금융산업의 비대면 전환이 빨랐던 북유럽 핀란드의 경우 2017년 기준 성인인구 10만명당 점포 수는 1.43개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같은 기간 15.45개를 기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모바일·인터넷뱅킹이 은행 창구에서 가능한 영업활동 등을 전부 대체할 수 있는 미래에는 점포 수가 지금보다 훨씬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소외계층 등을 위해 지점 대신 출장소 등이 다수 생기는 등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