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의원, 지난 6월 '녹음 불가능' 법안 대표발의
"사생활 침해 방지하고 약자 보호하기 위한 차원"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이후 민원인 지적 쇄도
"갑질 상사 목소리, 녹음 기록 남겨야 신고 가능"
결국 철회...타인 신체 촬영 금지법으로 수정 발의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16일부터 시행됐다. 직장에서 사례가 폭언·폭행 등 갑질 신고기관인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신고를 위한 가장 좋은 팁에 대해 "기록"이라고 조언했다.
손으로 기록해두는 것도 가능하지만 가급적 녹음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 그러나 녹음 자체가 불법이 된다면 어떨까.
녹음 자체가 불가능한 법이 시행될 뻔했다. 지난 6월 27일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녹음 불가능’ 내용이었다.
현행법으로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도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면 녹취가 가능하고 증거로서도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취는 무조건 불법으로 간주했다. 구체적으로는 상대방의 허락 없이 녹음하거나 녹음 이후 배포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국회 홈페이지의 ‘관심 입법예고’ 코너에서 800개가 넘는 반대 댓글이 달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현재는 댓글 등 각종 게시물이 의원실의 요청으로 삭제된 상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국회 한 상임위원회 앞 책장에 아직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이 쌓여 있다. yooksa@newspim.com |
논란의 불씨를 키운 건 약자를 보호하려는 법이 오히려 약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하는 녹취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 다분하다.
이를테면, 약자는 타인에게 폭언이나 갑질 등을 당하면 녹음 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자신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녹음 자체가 불법이 되어버린다면, 해당 녹취록 자체가 증거로서 효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약자는 자신의 피해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진다.
이에 대해 김광수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을 발의한 의도는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외부로부터 받은 정책자문을 토대로 법안을 발의하는데,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온라인 성폭력 범죄 대응을 위한 형사법 개정 및 대응방향을 제안했고 수용해서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민원인으로부터 많은 지적을 받아 지난 19일 철회됐다. 그 이후 김 의원은 형법 개정안을 수정해 22일 재발의했다.
바뀐 법안에는 주택, 숙박시설 등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에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서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배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담겼다.
■<용어설명> 녹취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재생할 수 있도록 음성녹음이나 비디오촬영 등의 방법으로 기록하여 둔 것. 또 경찰, 검찰, 법원 등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에 녹취물 증거로 제시하고자 할 때 녹음된 결과물을 직접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녹음된 내용을 문서화하여 제출해야만 하는데 그 문서를 녹취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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