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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라고도 불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디어·인터넷 기업 내스퍼스(Naspers)의 유럽 증시 상장을 앞두고 기업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변화의 기로에 서있는 내스퍼스가 유럽 증시 상장을 통해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 최대 IT 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스퍼스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기업이지만 아직까지는 중국 IT기업 텐센트(騰迅·텅쉰)의 최대 주주로 친숙한 기업이다. 내스퍼스가 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라고 불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소프트뱅크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에 대한 통 큰 투자로 수익을 얻었던 것처럼 내스퍼스 역시 텐센트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기업가치 상승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스퍼스는 2001년 당시 창업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던 텐센트에 3200만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을 이어왔다. 내스퍼스는 현재 텐센트 지분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오늘날 그 가치는 무려 1330억달러에 이른다. 즉, 4000배 이상의 막대한 수익을 거둔 셈이다.
내스퍼스는 텐센트 외에도 중남미 음식 배달 어플과 인도의 온라인 결제그룹, 러시아의 소셜네트워킹 그룹 등 다양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내스퍼스는 글로벌 인터넷 사업 부문과 텐센트 지분을 프로서스(Prosus)라는 이름의 기업으로 분사시킨 뒤 오는 9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유로넥스트에 상장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상장하게 되면 프로서스는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등을 제치고 유럽에서 가장 큰 인터넷 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스퍼스의 밥 반 다이크 최고경영자도 "우리는 역사적으로 특히 유럽에서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게 될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내스퍼스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
세간에서는 내스퍼스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바로 내스퍼스와 과거 남아공 정권과의 관계 때문이다.
일례로 1948년부터 남아공의 극단적 인종차별적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추진한 다니엘 프랑수아 말란 수상은 내스퍼스 소속의 언론사 디 뷔르허르(Die Burger)의 초대 편집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디 뷔르허르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지지했을 뿐 아니라 당시 실권을 쥐고 있던 국민당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비난을 면치 못했다. FT는 국민당이 정치적인 세력을 키워가는 과정 속에서 내스퍼스가 일정 부분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요하네스버그 소재 위츠 대학교의 안톤 하버 언론학 교수는 지난해 내스퍼스와 아프리칸스어(남아공의 공용어 중 하나) 언론의 "가장 큰 잘못은 (정부의) 고문과 인종차별, 노예와 같은 근무 환경 등을 조직적으로 대중에게 숨겼다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폐지된 이후 내스퍼스와 아프리칸스어 언론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진실화해위원회'에 과거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공식적으로 소명하지 않았다. 다만 100명 이상의 내스퍼 소속 언론사 기자들이 개인적으로 위원회에 사과했을 뿐이다. 한 기자는 1997년 위원회에 "나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의 부당함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결국 2015년에 들어서야 내스퍼스는 "도덕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정치권과 공모"한 과거에 대해 사과했다.
인종차별 정책을 내세운 정권의 대변인 노릇을 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스퍼스는 발벗고 나서고 있다. 내스퍼스는 먼저 푸티 마한옐레를 남아프리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흑인 여성이 내스퍼스에서 고위 임원으로 임명된 것은 푸티 마한옐레가 처음이다.
또 모국인 남아공의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당선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을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게 하고, 투자 유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내스퍼스는 지난해 현지 IT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에 3억3000만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투자 약속의 일환으로 지난달 내스퍼스는 마치 우버와 비슷하게 청소부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윕사우스(SweepSouth)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내스퍼스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아이샤 판도르는 "이 곳(남아공)에서 지속해서 강한 기반을 유지할 것이다. 돈으로 다른 일들을 할 수 있었지만 (IT 스타트업 육성 프로젝트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길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내스퍼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남아공의 흑인들은 여전히 기업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 정치 애널리스트인 카야 싯홀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내스퍼스를) 아파르트헤이트 정부의 대변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내스퍼스가 남아공의 굴곡진 근대사를 함께 했다고 언급하며, 현재 남아공 국민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내스퍼스의 성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