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만에 100억원 완판…특판 이벤트 진행에 고객들 '강한 의구심'
100억원 특판에 은행 서버 41분간 다운…보안성 우려도 제기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불명확한 이벤트 진행에 기만당한 느낌이예요. 지금까지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해왔는데 이제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직장인 A씨) "이벤트 하나 진행했는데 은행 전산과 서버가 터졌다는 자체가 금융당국 조사가 필요한 거 아닌가요."(금융권 관계자 B씨)
<카카오뱅크 CI=카카오뱅크> |
출범 2년 만에 고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하며 주목받았던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곤경에 처했다. 고객들의 뜨거운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야심차게 진행한 '5% 특판' 이벤트가 되레 '소비자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 일부 고객들은 '보여주기식 이벤트', '은행 전산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 사건'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기예금 특판(5% 금리)을 진행했다. 100억원 한도로 진행된 이번 특판은 완판까지 걸린 시간은 '1초'였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판매가 시작된 지 1초 만에 100억원이 모두 팔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판은 지난 11일 계좌개설 고객 수 1000만명 돌파를 기념해 기획됐다. 카카오뱅크 입출금 통장 보유 고객 대상으로 사전응모 신청을 받았고, 개인당 한도는 1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로 책정됐다.
하지만 해당 특판 이벤트 진행 과정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소비자들은 '1초 만에 판매가 종료된 점'과 '이벤트가 실시되기도 전에 한도가 소진됐다는 안내를 받은 점' 등을 집중 거론하며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통상적인 가입 과정을 거쳤다면 '1초' 만에 마감되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이유에서다. 실제 인기가수의 콘서트 예매, 인터넷쇼핑몰의 초특가 세일 등의 경우를 봐도 1분 내 마감되는 일은 있어도 1초 만에 판매가 종료되는 경우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일부 고객의 경우 이벤트 시작 시간인 11시 이전에 '한도가 소진돼 참여할 수 없다'는 안내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는 신청 인원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판매가 자동 종료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특판에 선정된 고객 수 등은 밝히지 않았다. 예치금액을 이벤트 시작 시각인 오전 11시가 아니라 이날 오후 2시에서 밤 11시 사이 추후 입금하게 해 고객들의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1인당 최고 한도 1000만원을 채울 경우 1000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카카오뱅크 측은 가입 가능 고객 수를 "내부 빅데이터로 예상 가입금액을 계산해 선정했다"는 설명뿐 구체적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벤트 시작 전 오류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지만 단순 오류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만약 카카오뱅크가 특판 이벤트 선정 인원을 1500명으로 했을 경우 이들이 모두 1000만원을 넣으면 한도는 150억원으로 초과된다. 반면 평균 500만원 정도씩 넣는다면 한도는 75억원으로 당초 판매하기로 한 한도 1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고객 A씨는 "100억원 한도 소진이 아닌 선착순 1000명이나 추첨 1000명이라고 했으면 오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설픈 표현과 불명확한 진행 방식을 보고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모든 계좌를 해지해 다른 은행으로 주거래를 은행을 바꿀 생각"이라고 전했다.
고객들의 의구심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100억원이 넘어가더라도 가입할 수 있는 버퍼를 두고 있다"면서도 "한도에 미달하는 경우는 가정해보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해당 특판 이벤트 진행으로 은행 서버가 마비된 점은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국민 4명 중 한명을 고객으로 확보한 은행이 고작 '100억원짜리 특판' 하나로 41분 동안 접속은 물론 모바일 뱅킹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점포 없이 모바일 환경에서만 영업이 가능한 인터넷은행의 특성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날 11시 경 카카오뱅크에 동시접속 한 고객 수는 대략 100만명~200만명으로 추산된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사건으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추석 당시 전산 오류 사태로 현재 금감원에서 징계를 위한 제재심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 주 사전신청을 통해 전산 트래픽 등을 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소비자 불편을 초래했다"며 "전산 장애 등으로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는 일이 앞으로 또 생긴다면 신뢰가 무너져 고객 이탈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관심이 몰리며 특판 혜택을 받지 못한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며 "서버 증설 등 노력을 했지만 동시접속자가 폭주하며 접속이 불편이 발생하게 된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