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vs 코오롱 인보사 법정공방…"시간 끌기 전략"
거래소, ‘인보사’ 관련 식약처 결정 예의주시
코오롱티슈진, 미국 임상 3상 재개에 ‘사활’
“미국 임상은 가능하나 시판 쉽지 않다” 전망도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사태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이 상폐 위기 돌파를 위해 미국 임상 재개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설령 임상이 재개되더라도 시판 허가라는 큰 산을 또 넘어야 한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의 행정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식약처는 이달 3일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관련 품목허가 취소 및 임상시험계획승인 취소를 통지했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곧바로 행정소송 제기 의사를 밝혔다.
이는 지난 11일 양측의 법정 공방 전초전으로 이어졌다. 인보사케이주를 회수·폐기하라는 식약처의 명령에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9일 해당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청구소장과 효력정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일시적인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이에 식약처는 회수·폐기 명령을 공지한 지 한 시간 만에 철회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으로선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의 소송 제기는 '시간 벌기'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의약품 시판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식약처와 행정소송을 벌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며 "코오롱 측은 이기는 것보다 시간을 끌겠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사회적인 이슈로까지 시끄러워진 상황에서 1~2년 정도만 버티면 사람들 관심에서 사라질테니 그것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사진=한국거래소] |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상장적격성실질심사대상으로, 상폐 위기에 처해 있다. 거래소는 오는 26일을 기한으로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폐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의 기업 연속성 및 상장 당시 제출한 서류의 허위사실 기재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인보사에 문제가 생긴다면 상장 유지가 힘들 수 있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이 가능했던 유일한 모멘텀이 '인보사'였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최근 인보사 사태 책임을 물어 코오롱티슈진 상장을 주관했던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외국기업 기술특례 상장주선인 자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것만 봐도 그렇다. 인보사가 코오롱티슈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인데, 이에 거래소는 상폐 결정의 키를 쥔 채 식약처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코오롱티슈진은 상폐를 막기 위해서라도 인보사 미국 임상 재개가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상장 당시 공모 자금 2025억원 중 1994억원을 인보사 미국 임상 3상 및 운영자금에 사용한다고 투자설명서에 명시했다. 미국 임상 3상 진행비용은 위탁생산(CMO) 임상시료 생산 용역비,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용역비, 임상시험실시기관 비용 등으로 구성됐다. 운영자금은 인건비, 복리후생비 및 사무실 임차료 등 기타경비, 인보사 공정개발을 위한 경상연구개발비 등이다.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오롱티슈진 측에 "인보사케이주(한국 제품명)에 대한 임상 재개 승인까지 미국 임상을 중지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요구사항으로 구성성분의 특성분석, 성분 변화 발생 경위, 향후 조치사항 등 3가지가 담겼다.
코오롱티슈진 측은 7월 중순까지는 필요한 자료 제출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FDA 휴가 기간이 겹치면서 자료 제출이 8월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하진 못하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인보사 미국 임상이 재개된다면 거래소가 당장 상폐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미국은 아직 시판되지 않았고, 임상 진행단계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보사 사업을 담당하는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의 코오롱티슈진을 따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상폐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업의 연속성"이라며 "한국에서 품목허가가 취소됐다고 해서 미국 임상까지 엎어지는 건 아니라서 거래소가 상폐시킬 명확한 이유를 찾기가 애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아가 임상 재개만으로도 안심할 순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임상이 재개된다 해도 품목허가까지는 순탄치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 임원은 "우리나라는 일정 요건을 갖추면 시판이 가능하지만 FDA는 다르다"면서 "도덕적인 문제가 없어야 하고, 기존의 약보다 진보성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임상은 다시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임상이 진행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은 결국 미국이 버는 돈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종적으로 품목허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