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1일 유 씨 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
1·2심 “입국금지 조치는 적법”
대법 “상급 기관 지시 아닌 헌법·법률 등 일반원칙 따라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군 입대를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43·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씨에 대해 대법원은 입국 금지를 선고한 원심판결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오전 11시 유 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유 씨의 입국금지 명령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입국금지 결정을 따랐다고 해서 사증발급 거부 처분의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급 행정기관의 지시를 따른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령의 규정과 입법목적, 비례·평등원칙 등 일반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처분 상대방이 받는 불이익의 정도를 전혀 비교하지 않고 처분했다면 그 자체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며 “오로지 13년 7개월 전에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증발급 거부 처분을 하였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적용되던 재외동포법을 보더라도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 외국인이 된 경우도 38세가 된 때에는 대한민국의 질서유지 등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다면 재외동포 체류 자격의 부여를 제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승준이 아프리카TV를 통해 군 복무와 입국금지에 대한 심경을 밝힌다. <사진=신현원프로덕션> |
유 씨는 가수 활동을 하면서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군 입대 의사를 밝혀왔지만 2002년 1월 해외 공연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이후 유 씨가 병역 기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법무부는 같은 해 2월 유 씨에게 입국 금지 결정을 내렸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등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법무부 장관은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유 씨는 2015년 주 LA 총영사관에 신청한 재외동포(F-4) 체류자격 비자가 거절되자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입국금지 조치는 적법한 처분”이라며 “조치의 하자를 이유로 거부행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없다”고 판단해 유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