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가 도드라진다.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한풀 꺾인 탓에 투심이 악화돼면서다.
주가 급락에 긴장한 월가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8일(현지시간)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115.98포인트(0.43%) 떨어진 2만6806.1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4.46포인트(0.48%) 내린 2975.95를, 나스닥 지수는 63.41포인트(0.78%) 밀린 8098.38에 마감했다.
전날 유럽증시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8일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이 0.21포인트(0.05%) 소폭 하락한 389.90에 거래됐고, 독일 DAX 지수도 25.02포인트(0.20%) 하락한 1만2543.51을 나타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3.87포인트(0.05%) 하락한 7549.27에 마감했고, 프랑스 CAC40 지수는 4.53포인트(0.08%) 내린 5589.19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55종합지수는 전날 1% 내린 2만1534.35엔에 마감했고, 9일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닛케이 지수는 30.80포인트(0.14%) 오른 2만1565.15엔을 기록하면서 강보합 마감했다. 닛케이 지수는 오전장에서 상승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면서 상승분 일부를 반납했다. 토픽스는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다.
이토록 세계 증시가 하락한 배경에는 '미국 고용지표 호조'란 공통 재료가 있다. 고용 지표가 전문가 전망치를 크게 웃돌면서 연준의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약화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 고용호조·물가전망 반등…트럼프, 파월 '직무유기' 비난까지
지난 5일 미국 노동부는 6월 비농업 일자리가 22만4000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인 신규 고용 16만2000건 보다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같은달 실업률은 3.7%로 직전월 보다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수십년래 낮은 수준이다.
연준의 금리 변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고용이 안정적인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제기된 배경이다.
앞서 지난달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성명을 내고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을 약속해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또, 지난 5일 발간한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도 경기확장 조치를 재차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비난이 극에 달하는 형국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들에게 "연준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금리를 내렸을 것"이라며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경쟁자들이 아니라 연준"이라고 비난했다. 말그대로 연준 의장이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심지어 연준 의장이 경질될 수도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두 사람 중 중 한 명을 밀기 위해 이번에 이사로 지명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시장에 좋게 작용할리 만무하다.
연준의 7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더욱 약화시키는 재료가 또 나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8일 발표한 미국 소비자들의 물가전망(기대 인플레이션)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1년 기대 인플레는 2.7%로 전월 대비 0.2%포인트(p) 상승했다. 3년 기대 인플레도 2.7%까지 올랐다. 이는 3개월 만에 반등이다.
소비자 기대 인플레는 연준이 향후 물가 상승률을 가늠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물가안정은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고용개선과 더불어 우선시 하는 사항이다. 투자자들은 물가와 고용, 두 지표가 모두 개선된 상황에서 '연준이 7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하겠느냐'란 의구심이 내비친다.
7월 금리인하 여부를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오는 10일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와 11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증언한다. 그의 증언에서 금리인하에 근접한 발언을 할 지 주목된다.
◆ 모간스탠리, 글로벌 전망 '약세' 전환
글로벌 경기 둔화로 주식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의 앤드류 시츠 등 전략가들은 지난 7일(현지시간) 고객 노트에서 글로벌 주식 비중을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투자의견도 '비중축소'(underweight)로 하향 조정했다. 또, 향후 3개월간 세계 주식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노트에는 "최근 제조업 지표는 세계경제가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데 반해 기업 수익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수용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대부분 반영되어서 추가 상승 여지가 많지 않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들은 "경기 하강을 예고하는 국채 수익률 하락에 대해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전 세계 민간경기를 반영하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거시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