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책은 단순명료해야하는데 공무원도 헷갈릴 판
공급량 많지 않은 주택은 통폐합 필요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시의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정책에 따른 임대주택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대 및 가구 상황에 따라 수요자에게 적절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 대해선 공감한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공급 대상과 기준이 큰 차이는 없는 반면 지나치게 다양한 종류의 주택이 공급되고 있어 임대주택 수요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직업군이나 수요를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은 공급량이 적어 굳이 세분화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서울시와 서울시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시가 올해에 공급한 공적임대주택 가운데 서울시의 독자적인 형태의 주택은 약 10여 종에 이른다. 이는 정부(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공급하는 국민임대, 영구임대, 행복주택, 기존주택전세임대 주택 등을 제외한 것이다.
우선 서울시는 19~39세의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주택을 주로 공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희망하우징 △두레주택 △청년창업가주택 등이다. 이밖에 자치구와 함께 하는 '자치구 수요맞춤형주택'도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다.
사회적기업과 민관협력으로 공급하는 사회주택인 토지임대부와 리모델링형지원형으로 나뉘지만 역시 청년층을 입주 대상으로 한다.
또 열악한 사회환경에 놓인 가정불화 가족이나 미혼모,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하는 모자안심주택과 홀몸어르신주택 등이 있다.
일반적인 저소득측을 겨냥한 주택으로는 장기안심전세주택이 있으며 서민 이상을 대상으로는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한다.
[자료=서울시] |
이같은 10여 종의 다양한 임대주택 가운데 실질적으로 거주 수요가 다른 주택은 주변 시세의 30% 이하 임대료를 받는 홀몸어르신주택과 모자안심주택 그리고 서민 이상 중산층까지 대상으로 하는 장기전세주택이다. 나머지 주택은 다 비슷한 입주대상과 조건을 갖고 있다.
우선 입주대상의 소득은 대부분 주택에서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70% 이하를 기준으로 한다.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급하는 국민임대주택의 입주자 소득 기준이다. 임대료가 낮은 희망하우징만 기초생활수급자로 1순위를 제한하고 있다. 주택의 구조와 규모도 33~40㎡ 크기의 원룸이나 투룸이 대부분이다.
임대료 역시 주변시세의 80%라는 점에서 거의 유사하다. 실제로 옛 평형 기준 13평형에 해당하는 전용면적 40㎡ 규모 주택은 보증금 3000만원 기준 월세 30만원선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임대 기간은 다소 차이가 있다. 청년을 입주대상으로 하는 주택은 연령제한이 있는 만큼 최장 6년 거주할 수 있다. 반면 도시 저소득층이 대상인 임대주택은 최장 10년이다.
이와 함께 이들 '수요자 맞춤형' 주택은 공급량이 적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실제 두레주택이나 희망하우징 등은 신규 공급 없이 1~2가구 규모의 재임대를 되풀이하고 있으며 낮은 임대가격을 책정해 사회적 약자에게 공급되는 홀몸어르신주택, 모자안심주택 등도 1~3가구 가량 공급될 뿐이다.
이처럼 서울시 공적임대주택의 내용은 큰 차이가 없지만 제각각 다른 명칭으로 공급되고 있어 임대 수요자들에겐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조어'급인 두레주택, 희망하우징, 사회주택 등은 명칭만으로는 어떤 주택인지 쉽게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설명도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시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 홈페이지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공급하고 있거나 정부도 함께 추진하고 있어 많이 알려진 영구임대, 국민임대, 매입임대, 기존주택전세임대만 설명이 있을 뿐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공적임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이에 따라 입주자모집공고만으로 해당 주택의 특성과 입주 대상, 자격 등을 파악해야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공급량을 봤을 때 굳이 명칭과 임대조건, 자격요건 등을 분리할 필요가 있을지 회의적이란 시각이 많다. LH와 서울시가 공급하는 행복주택처럼 공급량의 70%는 청년층에게 공급하고 나머지는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대원칙을 두고 운용하는 것이 수요자들의 혼동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책은 단순 명료해야하는데 이처럼 종류가 다양하면 수요자는 물론 공무원도 해당 주택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특정 수요에게 공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명칭이 늘어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