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상반기 행안부 3명 요청…1명 승인 받아
연말 기재부 승인 발표…1명은 행정업무 담당 전망
한상진 반장 "팀 운영제 필요…5인 체제가 바람직"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280명 중 단 2명. 전국에서 도난당한 문화재를 관리하고 도굴범을 찾는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의 인원 수다. 30여년 째 계속된 인력난에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올 상반기 행정안전부에 충원을 요청했다. 올해 말 기획재정부 승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력 충원이 성사될 지 주목된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 한상진 반장은 지난 3일 뉴스핌에 "상반기 행안부에 사범단속반 인력으로 3명을 요청해 1명 충원됐다. 이제 기재부 승인만 남아있다. 올해 하반기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김성희 문화재 감정위원이 28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 브리핑실에서 열린 문화재보호법 위반 도난문화재 회수 기자브리핑에서 보물 제 1008호 만국전도(조선시대 세계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9.05.28 dlsgur9757@newspim.com |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전국에 흩어진 도난 문화재의 경위를 파악하고 검찰 및 경찰과 공조해 문화재를 회수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도난·도굴 등으로 인한 문화재의 멸실, 훼손 방지를 위해 잠복근무와 첩보입수, 현장관리와 단속은 기본이다.
이외에도 처리해야할 행정업무도 만만찮다. 일반 단순 사무부터 국회 요청자료 처리, 통계자료 작성도 해야 한다. 게다가 경찰·검찰 등 관계기관 교류, 지역구 홍보 등 업무가 있다. 상황이 이러니 일손이 부족한 것은 일상. 청 내부에서는 사범단속반이 '기피부서'로 통한다.
기재부에서 충원이 승인되면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한상진 반장과 배광훈 부장을 포함, 3명이 될 예정이다. 단, 이마저도 사실 충분하지 않다는 게 담당자들 입장이다. 한 반장은 "예전에 3명이 업무를 했을 때 애매했다. 3명 모두가 현장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3명이면, 누군가는 남아 행정처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28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 브리핑실에 회수 된 '양녕대군 친필 숭례문 목판과 탁본'이 놓여져 있다. 2019.05.28 dlsgur9757@newspim.com |
한상진 반장은 사범단속반 인력이 5명 정도는 돼야 팀으로 나눠 분담업무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라, 충청 등 권역별로 팀을 운영하고 1명이 행정업무를 맡는 거다. 한 반장은 "팀으로 움직이려면 2명씩 두 팀으로 나누면 된다. 그리고 1명이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5인 체제가 바람직하다. 그래서 3명을 요청했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 큰 문제는 충원된 인력의 업무 적응이다. 충원하기 위한 절차에만 1년이란 시간이 걸리고, 충원된 인력이 업무를 파악하고 적응하고 처리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한상진 반장도 2010년부터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에 몸담아 올해 10년째 이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범죄가 지능화되는 경향도 있고, 외국 경매사에 도난 문화재를 의뢰하거나 인터넷 거래로 도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범죄가 날로 확장되는 마당에, 인력은 제자리 걸음이다.
[대전=뉴스핌] 정일구 기자 =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3일 오전 대전시 서구 대전지방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재청과 공조해 전남 신안군 증도면 방축리 도덕도 앞 신안해저유물 매장해역에서 도굴된 중국 도자기를 지난 1983년부터 자신의 집 등지에 숨겨 보관해 온 A(63)씨를 매장문화재보호및조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3월에 검거, 도자기 57점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회수한 도굴 문화재. 2019.06.13 mironj19@newspim.com |
한 반장은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기본적으로 형사법, 문화재보호법을 인지하고 현장에 나가야하는 업무다. 사법권을 가졌다고 해서 업무를 다 아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대인관계에 대한 업무가 되지 않으면 일할 수 없다. 사무실에서 홍보하고 행정처리밖에 못하는 거다. 이런 일을 1, 2년 배웠다고 현장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게 아니다. 한 사람 키우는데 수년이 걸린다"고 아쉬워했다.
적은 인력에 주어진 많은 업무는 사범단속반이 해결해야할 문제이자 인력 충원이 아니면 쉽게 해결되지 않는 내부 고충이다. 한 반장은 "충원이 돼도 이 사람이 계속 이 부서에 남고 싶어하냐는 문제가 있다. 내부에서는 이미 기피부서로 통한다"며 "현재로서는 기재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일단 사람을 들이려면 예산을 늘려야하고 시간이 걸린다. 비단 사범단속반 인력 요청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표=통계로 보는 문화유산 2018/문화재청] |
한편 1985년 이후 우리나라 문화재의 도난‧도굴 건수는 총 829건, 도난 점수는 총 3만677점이다. 이 중 회수 문화재는 232건 6598점으로 전체 도난 문화재 중 21.5%다. 도굴미수는 37건이다. 지정문화재보다 비지정문화재 도난 회수 및 도굴, 도굴미수율이 더 높다. 상대적으로 관리와 보호가 되지 않는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연구와 보존을 위해서라도 사범단속반의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 반장은 "현재로서는 일반 시민 상대로 비지정문화재의 도난, 회수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 지정문화재가 아니다보니 일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데 시민들이 적극 신고를 해줘야 한다. 상·하반기 홍보가 진행 중이며 KTX나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알리며 자체적으로 효율성 높은 홍보가 무엇인지 조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