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협상팀 외무성 라인으로 재정비...리용호·최선희 주목
임재천 "북한은 전통적으로 '협상지침' 따라…큰 차이 없어"
문성묵 "北 협상팀, 美보다 재량권 제한…이전과 비슷할 듯"
조진구 "美, 평양에 묻는 北 협상팀 권한 없다는 데 불만"
북미 카운터파트 '폼페이오-리용호'·'비건-최선희' 가능성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 간의 '깜짝 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대화 재개'를 공식화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2~3주 내에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다시 시작된다.
'노딜'로 끝난 2.27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후폭풍이 가시고 핵 담판 협상이 재개된 것이다.
북미 간 실무협상 '카운터파트'의 변화도 주목된다. 특히 북한이 통일전선부가 아닌 외무성 인사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비핵화 협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폼페이오 "북미 실무협상 2~3주 내 시작"…대북협상팀 공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북미정상회담을 끝내고 기자들과 만나 "2~3주 내 미국과 북한이 팀을 구성해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팀을 가지고 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의 주도 하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대표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한국을 떠나기 전 "우리의 카운터파트로 북한 외무성을 상대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말을 했다.
그는 다만 북측 실무 대표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두어 명 중 한명일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그간 외교가 안팎에서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 이후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과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 등에게 실패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 전 부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겸직하고 있던 통전부장 직을 장금철에게 넘겼다. 이를 기점으로 북한 당국이 대미 협상팀을 기존 통전부 중심에서 외무성으로 개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일련의 관측은 즉각 확인이 되지 않았다. 북한 매체 보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분단의 현실' 때문이다. 결국 북한 당국이 대미 협상팀을 개편했다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을 통해 확인됐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대북 전문가 "北 대미협상팀 전환…큰 의미 부여 어려워"
그렇다면 통전부에서 외무성으로의 협상팀 전환은 무엇을 의미할까. 또 미국의 '폼페이오-비건 체제'에 걸맞을 북측의 협상팀 구성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먼저 북한의 대미 협상팀이 외무성으로의 전환된 것을 두고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명 '최고지도자의 입김' 작용이 큰 북측의 체제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은 전통적으로 대남·대외 기본 협상 방식은 일종의 '협상지침'을 따른다"며 "(김 위원장으로부터) 지시 받은 것을 토대로 목표와 원칙, 방침에 따라 협상을 하기 때문에 (이전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북한이라는 체제 특성상 통전부든 외무성이든 조직이나 개인이 어떤 특성을 발휘해서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면서 "결국 (미국보다) 재량권이 제한되기 때문에 (통전부 때와) 비슷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북한과 실무회담을 하면서 가진 불만은 그들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라며 "어떤 얘기를 하면 평양에 다시 물어보는 프로세스가 한계"라고 말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북미 카운터파트 폼페이오-리용호, 비건-최선희 가능성 높아
대북 전문가들은 미국 대표단의 카운터파트를 두고서는 현재 알려진 리용호 외무상이나 최선희 제1부상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공개되지 않은 '제3의 인물'이 나올 가능성도 언급했다.
조진구 교수는 "폼페이오의 카운터파트는 리용호가 될 것"이라며 "또 판문점에서 비건 대표와 얘기하는 모습이 포착된 최선희가 비건의 카운터파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최선희의 경우 최근 입지가 달라졌고 과거 통역으로 6자회담에 참석한 경험도 있다"고도 했다.
문성묵 센터장은 "현재까지 나타난 바로는 폼페이오 상대는 리용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비건의 상대가 최선희냐 아니면 제3의 인물이냐 이 부분은 아직 분명치 않다"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일각에서는 최선희 제1부상은 차관급이고 비건 대표는 차관보급이라며 격이 안맞는다는 시각도 내놓는다"며 "다만 개인적으로 그것이 결정적인 장애 요인이 될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고 말했다.
임재천 교수는 "북한 매체에 따르면 이번 북미 정상간 회담 자리에 리용호가 참석했다"며 "협상 진두지휘는 리용호가 맡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임 교수는 "다만 직접적으로 협상장에 누가 참석할지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비건의 위상이 외무성 제1부상까지 된다는 보증을 미국이 해주면 최선희가 나올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외무성 국장 중 한 명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