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중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미국 뉴욕 부동산 시장이 최근 몇년 들어 '차이나 머니' 엑소더스 현상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해외 투자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맨해튼의 노른자위 부동산 시장 [사진=블룸버그] |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중국의 뉴욕 부동산 사랑, 왜 식었나?'란 제목의 심층보도를 냈다.
중국의 안방보험은 2014년에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19억5000만달러에 구입했으나, 중국의 해외 자금 유출 단속으로 투자 여건에 변화가 찾아오면서, 해당 호텔을 콘도로 탈바꿈했다.
회사는 이밖에 미국 내 수십억달러 자산의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2016년에 블랙스톤으로부터 매입한 55억달러 규모의 럭셔리 호텔 15곳, 자산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중에는 맨해튼의 포시즌스 호텔과 시카고에 있는 페어몬트 호텔이 있다. 한편, 우샤오후이 회장은 현재 사기와 횡령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안방보험 사례는 중국 기업들이 폭풍처럼 뉴욕 맨해튼 부동산 시장을 강타했다가 급격히 빠지는, 최근 몇년간 추세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 뉴욕 부동산 개발업자는 "마치 쓰나미처럼 왔다가 다시 바다로 썰물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부동산 투자 '썰물' 현상은 단순히 투자가 제빛을 보지 못해서가 아니다. 부채와 경기둔화롤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정부가 해외 부동산 투자 단속에 나서서다. 이는 영국 런던과 캐나다 밴쿠버 부동산 시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약 120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판매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가장 이 현상이 도드라지는 시장은 단연 뉴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 투자자들이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 첫 발을 내딘 2015년에는 약 54억달러가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쏟아졌고, 2016년에는 그 투자 규모가 88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다 중국 정부가 자금 유출을 단속하기 시작한 그해 말부터 투자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7년, 뉴욕 부동산에 대한 중국인들의 투자는 22억달러로 대폭 감소했고 3억달러 이상의 부동산 거래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미중 무역 갈등이 터진 2018년에는 3억3600만달러로 더 감소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금융 중심지의 국영 금융업자들과 고객들 분위기는 지난해 2분기에 눈에 띄게 침울해졌다. 정부가 아웃바운드 투자 단속에 이어 금융당국이 유동성 접근의 핵심 통로인 섀도 뱅킹에 제동을 걸기 시작해서다.
올해 초, 신탁과 재산관리 상품을 포함한 9조1000억달러 규모의 섀도 뱅킹 산업 연간 성장률은 10년래 처음으로 둔화했다. 섀도 뱅킹 분야는 중국의 총 뱅킹 산업 자산의 23.5%, GDP의 68%와 맞먹는다.
이에 따라 많은 대기업들은 국내 부채를 갚아야 하는 압박을 받았다. 새로 구입한 뉴욕 등 해외 부동산의 판매가 마지막 현금 공급원이 됐다는 설명이다. CBRE 중국 지사의 연구 책임자 샘 씨에는 "현금 흐름 줄을 옥죈다는 것은 기업들이 몇년 전처럼 신용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긴축 조치로 인해 2017년 354억을 기록한 해외 부동산 투자용 자금 유출이 올해 순매도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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