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최근 한 주 사이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 10일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 무역 전면전이 재개된 데 따른 충격이 본격화된 시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블룸버그] |
양국의 협상 재개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EPRF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한 주 사이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38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필두로 신흥국 금융시장 패닉이 본격화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매도에 해당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자 협상 타결을 기대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관련 펀드는 5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고, 유출된 자금 총액은 78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흥국 혼란 당시에는 11주 연속 총 171억달러의 유동성이 썰물을 이룬 바 있다.
신흥국 채권펀드에서도 최근 한 주 사이 11억달러의 매물이 쏟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사이클 중단 이후 ‘사자’가 몰렸던 채권펀드 역시 무역전쟁 리스크에 일격을 맞은 셈이다.
이와 별도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운용 자산 규모 300억달러의 아이셰어 MSCI 이머징마켓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같은 기간 8억4200만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제히 발을 빼면서 MSCI 신흥국 지수는 지난 1월 이후 최저치로 후퇴한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신흥국 자산시장의 ‘팔자’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한편 충격이 더욱 커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프리스의 숀 더비 주식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심각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여전히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기업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가 본격 가동될 경우 중국 수요 감소에 따른 2차 충격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의 스티브 샤바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미국과 중국의 전시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포트폴리오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양측은 무역 전면전에 따른 손실과 충격을 떠안으면서 상대방을 꺾어 놓겠다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현 상태로는 무역 협상을 재개할 수 없다고 언급, 화웨이 보이콧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내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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