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대상 138 필지 중 하나만 국가 귀속 판단
[서울=뉴스핌] 이보람 고홍주 기자 =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손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땅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항소심에서도 사실상 패소하자, 원고 측 보조참가인 광복회의 정철승 변호사가 26일 “수많은 순국 선열들께 고개를 들 수 없는 참괴한 판결이 내려져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김용빈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정부가 이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가 이전 등기 청구한 서울 은평구와 경기 포천·평택·동두천 및 충북에 소재한 138점의 토지 중 충북 괴산에 외치한 4평방미터 땅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토지가액 14억7000만원 중 3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지난 2007년 이우영 회장은 약 300억원의 땅을 국가에 귀속 당하자, 행정소송을 통해 2010년 땅을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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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친일재산귀속법 개정에 따라 소송 쟁점이 된 ‘한일 합병의 공으로’라는 부분이 삭제돼 정부가 소유권을 달라고 민사소송을 낸 것이다.
이날 선고 뒤, 정 변호사는 “거물친일파 이해승 후손의 친일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인 서울고법까지 친일파 후손의 손을 들어준 오늘 판결은 거물친일파는 단죄되지 않는다는 70여년전 반민특위의 실패를 떠올리게 하는 참담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일재산귀속법과 그 개정법률의 취지가 친일파 후손들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 아닐텐데 재판부는 얼마든지 합리적인 해석을 통해 입법취지와 역사적 정의를 살리는 판결을 내릴 수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건전한 양식과 정의관에 반하는 부당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최종심인 대법원이 국가, 사회의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워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왕족 출신인 이해승은 일제 강점기 조선귀족으로, 일제 시절인 1910년 10월 조선 귀족 중 최고의 지위인 ‘후작’ 작위를 받은 후,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귀족의 지위와 특권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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