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아리아케호 침몰…전원구조
선장의 신속한 구조요청 등 빠른판단
반면 배를 버리고 도망간 세월호 선장
기존훈련에 업그레이드 실전 매뉴얼
"해양사고 때 신속한 선장 대처 가능"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 지난 2009년 일본 도쿄에서 오키나와로 운항하던 7910톤급의 일본 화객선 아리아케호가 미에 현 앞바다에 침몰했다. 당시 6.9m 규모의 높은 파도와 화물이동으로 선박이 우현 40도까지 기울었다. 대형 컨테이너의 고정장치가 풀리는 등 배가 복원력을 잃고 침몰했지만, 승객 7명과 승무원 21명 전원은 무사히 구조됐다. 아리아케호를 건조한 곳은 공교롭게도 6825톤급의 세월호를 만든 일본 하야시카네 조선소다. 세월호와 아리아케호는 둘 다 침몰한 선박이나 300여명의 목숨이 바다에 가라앉은 것과 전원 구조라는 큰 차이가 있다. 세월호 선장은 배를 버리고 도망친 반면, 아리아케호 선장은 신속한 구조요청과 퇴선조치로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선박 사고 때 선장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선장 비상대응 매뉴얼’이 가동된다. 이는 기존 훈련방식에 실제 사고사례를 접목한 ‘골든타임’ 대응 강화로 해기사 교육과 의무화 교육에 도입된다.
해양수산부 내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해양사고 발생 때 선장의 신속한 대처를 강화한 ‘선장 비상대응 매뉴얼’을 마련했다고 26일 밝혔다.
현재 선박사고를 가정한 해기사들의 훈련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해양사고 발생 때에는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 [뉴스핌 DB] |
선장이 당황할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한 순간의 판단이 유명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장의 위기대응능력 강화가 중요하다.
이번 대응 매뉴얼은 기존 훈련에 한층 강화된 실제 상황을 뒀다. 기존 틀에 박힌 훈련방식보단 실제 상황에 맞춰 매뉴얼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매뉴얼에는 ▲선장 및 선사의 의무 ▲선장의 기본 직무지식 ▲해양사고 주요사례 분석 ▲상황판단 원칙 ▲단계별 상황판단 절차 ▲퇴선 결정 시 고려사항 등으로 구성됐다.
무엇보다 승객과 선원들의 생명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는 게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측의 설명이다. 특히 매뉴얼에는 사고 발생 때 비상상황의 심각성과 급박성을 기준으로 3단계 상황을 구분했다.
3단계는 통제가능 상황(주의, YELLOW단계), 심각한 상황(퇴선고려, RED단계), 즉시 퇴선 상황(퇴선실시, BLACK단계) 등이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전문기관의 연구용역을 통해 대형 인명피해 해양사고사례를 분석해 선장 비상대응 매뉴얼 초안을 마련했다”며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선장포럼, 해기사협회, 해양안전진흥협회, 한국선급, 선사 등 민·관 전문가 협의회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선장 교육을 받는 이들은 실제 사고 경험이 없다. 훈련과 교육이 최선인 관계로 기존 대형 선박 사고들의 데이터를 축적한 사례를 담아 실제 현장에서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는 현장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선장 비상대응 매뉴얼’ 교육의 의무화와 관련해서는 “선박 사고들은 그때그때 다른 부분이 발생한다. 기존 훈련제도가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만큼, 선장 비상대응 매뉴얼 교육은 실전을 바탕으로 매번 업데이트시켜 교육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수부는 해당 매뉴얼을 관리자급 해기사에게 교육시킬 방침이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