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무죄·집행유예 선고
“증명 부족...유죄 인정 많지 않아”
유가족들 “판정 인정할 수 없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자 재판을 방청하던 유가족들이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재판부에 극렬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가족은 울음을 터트리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에 호송되는 유가족도 있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민철기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 등 5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이병기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뉴스핌DB |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막대한 권력을 동원하는 조직적 행태”라며 “결과적으로 세월호 특조위는 뒤늦게 출발해 비협조에 시달리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직접 활동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 하급 공무원들로 하여금 각종 대응 문건을 작성한 게 대부분이고, 그조차도 증명이 부족하거나 법리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인정되는 부분이 많지 않다”며 “모든 책임을 피고인들에게 돌리기보단 책임에 상응하는 범위 내에서 형이 부과돼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가 종료된 직후 재판을 방청하고 있던 유가족들은 선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재판부에 극렬하게 항의했다. 유가족들은 “이게 판결이냐”, “죄가 아닌 것처럼 얘기하느냐”, “고작 1년 2년밖에 안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일부 유가족은 법정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내 자식을 돌려놓으라”고 절규하기도 했다. 또 유가족 1명은 선고 이후에도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호흡 곤란 등의 증세를 보여 구급차로 병원에 호송되기도 했다.
피고인들은 피고인석에 앉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 전 수석은 고개를 아래로 떨군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이 전 실장은 항의하는 유가족 측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06.25 alwaysame@newspim.com |
선고가 끝난 후 ‘4.16 가족협의회’는 브리핑을 열고 이번 선고 결과를 규탄했다. 김광배 4.16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대한민국 법이 이정도라는 것을 이미 예상했다”며 “죄는 있으되 밑에 사람들에게 다 시켰으니 책임을 안 져도 된다는 느낌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에게 그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부탁해야 하느냐”며 “비록 오늘 실망했지만 대한민국의 법이 얼마만큼 만인에게 평등한 법인지 다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TF팀장인 이정일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정무수석 등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바라는 기대에 바라는 기대에 어긋나게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점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한 것”이라며 “이 취지는 향후에 더더욱 추가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다만 “304명의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그래서 진상규명을 원했던 가족들의 삶을 짓밟은 것에 유죄를 선고하면서 집행유예라는 가벼운 양형을 선고했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여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을 비롯해 조 전 수석과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조사하려는 특조위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해수부가 개입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지시를 받은 김 전 장관과 윤 전 차관은 해수부 공무원에게 각종 특조위 대응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특조위 상황과 활동 등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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