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비장의 카드로 희토류 수출 중단을 꺼내들어도 큰 효과가 없을뿐더러 제 발등 찍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희토류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레이먼드제임스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 희토류 위협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희토류 생산 지역을 시찰한 후, 중국 관영 언론들은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희토류는 17가지 광물을 일컫는 것으로 구리 등 다른 광물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적지만 이름처럼 희귀한 광물은 아니다. 다만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환경오염을 초래해 상당수 국가들이 생산을 꺼리고 있는 반면 최근 첨단 장비, 국방 장비,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면서 수요가 늘어났을 뿐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전 세계에 공급되는 희토류의 70%를 생산했고, 미국은 희토류 수입의 8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레이먼드제임스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수요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 뿐이며 지난해 미국이 제조업에 쓰기 위해 수입한 희토류 규모는 1억6000만달러(약 1894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레이먼드제임스는 “희토류를 사용하는 첨단 제품이 미국에서 많이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PC·스마트폰·평판TV 등 소비자 가전과 전기차배터리·풍력터빈·레이저·광학섬유 등 다양한 산업재는 미국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은행 웰스파고도 중국이 대미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희토류를 사용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생산비용 증가 및 생산 지연 등의 피해를 입겠지만, 중국이 희토류를 비장의 카드로 내밀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관측했다. 중국이 미국 제조업체들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것 이상의 타격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웰스파고는 “희토류가 들어가는 소비재는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돼 전 세계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 제 발등을 찍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중국이 미국 외 기업들에게 희토류 카드로 위협하며 미국 제조업체들과 관계를 끊으라고 압박을 가하면 미국이 받는 타격은 더 크겠지만, 과거 중국의 희토류 위협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레이먼드제임스가 지적했다.
지난 2010년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을 때 희토류 가격이 급등해 다른 국가들이 희토류 생산을 늘렸으며 제조업체들이 희토류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수요가 거의 붕괴됐다.
중국희토원소학회의 한 관계자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와의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지만 말레이시아와 일본으로부터 희토류 공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대미 수출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희토류 수요의 80%는 란타넘과 세륨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광물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과잉공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종별로 정유업체와 자동차업체들은 희토류 수출이 중단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지목됐다.
[사진=바이두] |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