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면전을 악재로 주요국 주식시장이 가라앉는 가운데 희토류가 뜨는 테마로 부상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희토류 종목과 뉴욕증시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매수 열기가 연일 후끈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희토류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이 희토류 미국 수출을 제한, 폭탄 관세에 대한 보복에 나설 움직임을 재차 보이자 관련 종목에 베팅하려는 수요가 폭발한 한편 투자 수단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차이나 희토류 홀딩스가 하루 사이 24%에 달하는 폭등을 연출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장을 방문한 JL 맥 희토류는 최근 8거래일 가운데 7일에 걸쳐 일간 상승 제한선인 10% 치솟는 기록을 세웠다.
이 밖에 차이나 노던 희토류 그룹 하이테크와 샤먼 텅스텐, 차이나 미네랄 희토류 등 관련 종목이 일제히 훈풍을 내고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 몇 안 되는 희토류 생산 업체 가운데 하나인 호주의 리나스도 하루 15%를 웃도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지난주 시 주석이 희토류 생산 현장을 방문한 데 따라 중국이 이를 무기화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 데 이어 전날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정책자가 CCTV와 인터뷰에서 대미 수출을 제한할 입장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이와 별도로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의 편집장이 중국 정부가 대미 희토류 수출 제한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와 신화통신 등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그 가능성을 보도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 역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의 차세대 성장 엔진을 압박하는 만큼 희토류 금수조치가 실제로 강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월가의 독립 애널리스트인 프레이서 호위는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과거 일본과 노르웨이 등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수출 혹은 수입 품목을 무기화 한 일이 있다”며 “미국과 무역전쟁에서도 손에 쥔 수단을 적극 동원하는 한편 공급망을 뒤흔드는 행보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10년 일본이 중국 어선의 선장을 감금했을 때 중국 정부는 희토류 수출을 일정 기간 중단했고, 같은 해 노르웨이가 중국 반체제 인사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한 뒤 연어 수입이 급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면전이 IT 냉전으로 확전 양상을 보이는 만큼 희토류가 최전선에 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부터 전기차까지 첨단 IT 기기에 필수 원자재로 사용되는 희토류는 중국이 최대 공급원이며, 미국의 중국 의존도가 80%에 이른다.
상하이 소재 헝성 애셋 매니지먼트의 다이 밍 펀드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전면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수출 제한과 가격 인상 등 다양한 형태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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