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대만에서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첫 날 360쌍 이상의 동성 커플이 합법적 혼인 관계를 맺었다.
로이터 통신은 24일(현지시간) 대만 정부 데이터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하고, 타이페이 정부청사 밖에는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수십 명의 동성 커플이 줄지어 서 있었다고 전했다.
인근 공원에서는 가족과 친구, 취재진까지 모여든 가운데 혼인신고를 마친 커플이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빛 카페트 위를 행진하기도 했다.
아시아 최초로 동성 간 결혼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대만에서 24일부터 혼인신고 접수가 시작된 가운데, 결혼등기를 마친 동성커플이 동성애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 위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파트너와 혼인신고를 한 31세 남성은 “우리나라 대만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동성애 인권운동가인 치 치아-웨이는 “오래 전부터 누렸어야 할 권리가 드디어 실현됐다”며 “대만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아시아의 신호등이 돼 아시아 전역에 파급 효과를 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만 주재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재대협회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고무적인 여정이자 전 세계의 모범”이라며 “대만과 같은 민주주의만이 인권과 시민권을 보호하고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 년 간에 걸친 대만 사회의 논쟁 끝에 지난 17일 대만 국회격인 입법원은 17일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표결을 통해 통과시켰다.
대만 동성 결혼 합법화 움직임은 2년 전부터 시작됐다. 대만 최고법원이 2017년 5월 동성결혼을 금지한 민법의 혼인 규정을 위헌이라고 판결하고 2년 내 관련 법을 수정 또는 제정하라고 권고하면서다.
이후 11월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민법 및 여타 방식으로 동성 간 공동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항목이 통과됐고, 국민투표 결과를 받들어 행정원이 지난 2월 동성결혼 특별법 제정안을 마련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이끄는 민주진보당(DPP)이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했으나,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들이 국민들의 뜻을 거슬렀다며 반발하고 있어 내년 차이 총통의 재선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동성 커플들이 혼인신고를 마치고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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