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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싸움에 등 터지는 일본...수출 줄고, 관세 피해 중국 이탈

기사입력 : 2019년05월23일 10:43

최종수정 : 2019년05월23일 10:44

화웨이와 거래 중단하는 기업들 속속 등장
관세 피하기 위해 중국 생산거점 이관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더니 다시 격화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일본 경제를 직격하고 있다.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는 기업이 늘고, 대중 수출은 계속해서 줄고 있으며, 관세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중국을 떠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이동통신 3사는 22일 일제히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발매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24일부터 화웨이의 ‘P30’ 시리즈를 판매할 예정이었던 소프트뱅크는 불과 이틀을 남겨두고 돌연 발매 연기를 결정했다. 뒤이어 KDDI도 화웨이 신제품 발매를 연기한다고 밝혔으며, NTT도코모마저 화웨이 제품의 예약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6일(현지시간) 화웨이에 내린 거래제한 제재 조치가 일본 이통사들의 화웨이 제품 발매 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와 미국 5G [사진=로이터 뉴스핌]

관세 피해 중국 생산 철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게임기나 시계, 운동화 등 약 3000억달러(약 358조7000억원)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중국을 떠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중국에서 ‘지샥(G-Shock)’ 등 시계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카시오(CASIO)는 미국 수출 제품의 생산을 중국에서 태국과 일본으로 전면 이관하는 준비에 들어갔다. 시계는 카시오의 전체 매출에서 약 60%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력 제품이다.

사무기기 제조업체 리코(RICOH)도 미국 수출용 복합기 생산을 중국에서 태국 공장으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서 생산하던 상위 기종을 태국으로 이관하고, 태국에서 생산하던 유럽용 저가 기종을 중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렌즈를 제외한 디지털카메라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파나소닉은 생산거점을 이전할 것인지, 가격을 인상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전도 검토하고 있지만 관세 이상의 비용이 든다면 옮길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파나소닉은 화웨이에 전자부품 등의 공급도 중단하기로 했다. 23일 NHK 등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미국 기업으로부터 조달한 부품이나 소프트웨어가 금지 조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지하고 그룹 내 모든 회사들에게 구체적인 거래중단 품목을 찾을 것을 통보했다.

[사진=바이두]

수출, 5개월 연속 감소

미중 무역 마찰은 일본의 수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22일 발표한 4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2.4% 감소한 6조6588억엔(약 72조원)을 기록하며 5개월 연속 전년 실적을 밑돌았다.

대미 수출은 9.6%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지만,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국이 6.3% 감소하며 전체적인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대중 수출은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철강, 금속제품, 기계, 전기기기 등 폭 넓은 품목에서 수출이 줄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제조장비가 41.0%나 감소했으며, 반도체 등 전자부품도 21.5% 감소했다.

중국 내 생산이 많은 스마트폰 등 IT 기기 판매가 세계적으로 저조했던 데다, 미중 무역 마찰을 우려한 중국 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억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무역 마찰에 따른 경기 둔화를 우려해 중국 정부는 기업 감세, 사회보험료 경감 등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4월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비 7.2% 증가하며 약 16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사이토 다로(斎藤太郎) 경제조사실장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 비율이 높은 제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앞으로 수출이 더욱 감소할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의 수출항에서 컨테이너를 살펴보고 있는 작업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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