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더운물 가릴 처지 아냐"…신규 투자자 영입 적극
금융주력자 모델 개편도 일각 제기…현실성은 '글쎄'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가 전략적 투자자를 찾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이 잡히며 KT 주도의 자본확충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출범 2주년을 맞은 케이뱅크 시장 안착을 위해 신사업 진출 등을 적극 추진해도 모자랄 판에 '생존'을 고민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했다.
서울 광화문 더트윈타워에 위치한 케이뱅크. |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을 위해 잠재적 신규 투자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KT를 대신해 대주주가 될 수 있는 ICT 기업은 물론 유통사 등 중견기업들과도 접촉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완화 이후 대주주인 KT 주도로 59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본확충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공정위가 KT를 검찰에 고발한 이후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전면 중단되며 상황이 악화됐다.
당장 이달 말 예정된 유상증자 신규 청약과 주금납입일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케이뱅크는 현재 자본 여력이 없어 대표 여신상품인 신용대출과 마이너스대출까지 취급을 중단한 상황이다.
케이뱅크가 현재 상황에서 자본 확충을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유상증자 분할 시행(브릿지 증자)'이다.
하지만 브릿지 증자는 보통주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하며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것으로 발행 한도가 총주식 수의 25%에 불과해 케이뱅크의 증자 여력은 412억원에 그친다.
당초 이달 말 계획했던 증자 규모(5900억원)의 15분의 1에 불과해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케이뱅크가 신규투자자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업권에선 케이뱅크의 신규투자자 영입이 앞선 유상증자 때와 유사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KT를 대신할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를 단기간에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은 물론 관심이 있을 만한 ICT 기업들이 이미 카카오뱅크나 제3인터넷은행(키움·뱅크)에 투자를 결정해 여력이 없는 이유에서다.
케이뱅크는 출범 후 2년여 동안 4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증자 계획이 차질을 빚을 때마다 신규 주주를 영업해왔다. 부동산 디벨로퍼 MDM과 사모펀드 IMM PE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T가 케이뱅크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은 만큼 이를 대신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ICT 기업 물색은 사실상 여의치 않다"며 "KT의 공정위 이슈가 종료되기 전까지 신규 투자자들을 지속해서 영입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주력자 모델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법도 거론되지만 현실성은 부족하다. 현재 케이뱅크의 2대 주주는 우리은행, 3대 주주는 NH투자증권 등 금융사다. 이들은 인터넷은행 인가 과정에서 유사시 케이뱅크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금조달을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유동성 공급 확약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대 주주인 KT 주도의 자본확충이 어려워진 만큼 이들이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지주 출범 이후 비은행 부문에서 적극적 인수합병(M&A)를 선언한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율을 늘릴 여력이 부족해 보인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분구조의 특성상 지분을 현재 10% 이상 늘리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어야만 한다.
한편 KT는 케이뱅크 주주사로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금융당국이나 케이뱅크로부터 대주주 자격 포기 등을 전달받은 바 없다"며 "케이뱅크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케이뱅크 주주들과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