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베이징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 간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수개월 간의 협상 내용을 완전히 ‘날려 버릴 정도’로 먼저 돌변한 태도를 보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소식통과 사안에 정통한 민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측은 150쪽 분량의 무역합의안 초안에서 주요 내용을 모두 편집했는데, 이는 미국 측의 요구를 거의 모두 거부한 셈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합의안 초안에서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애초에 중국과 무역전쟁에 나서게 한 주요 불만 사안들을 법적 장치로 해결하겠다는 내용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삭제한 내용은 △지식재산권과 산업기밀 절도 △강제 기술 이전 △경쟁 정책 △금융서비스 개방 △환율 조작 등으로 나타났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왼쪽)과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를 통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던 관세를 오는 금요일(10일)부터 현행 10%에서 25%로 높일 것이며, 그간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던 325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도 25% 관세를 즉각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중국이 이번 주 고위급 협상을 취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중국 상무부는 7일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오는 9~10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예정대로 고위급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무역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협상의 과정’이며 중국은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수년 간 중국의 공허한 약속에 속았다며 법적 장치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대중 강경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뿐 아니라 온건파로 통하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조차 중국의 이러한 돌변에 크게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법적 장치와 관련된 내용을 모두 삭제한 것은 무역협상의 핵심 뼈대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 장관에게 중국이 행정 및 규제 조치 수정을 통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이 개혁 약속을 지키지 않은 선례가 있으므로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욕심을 내는 바람에’ 지난주 협상이 매우 안 좋게 끝났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은 많은 사안에 대해 약속을 번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요일까지 기다렸다가 관세를 발표한 것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중국에 관세를 가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협상 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중국이 합의안 초안에서 삭제한 내용들이 매우 심각한 사안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협상 전략으로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중국 측 협상단은 법을 바꾸는 것은 ‘중대한 일’이므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정통한 중국 측 소식통은 중국에서 법 개정은 특유의 과정이 필요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오히려 미국 측의 요구가 ‘지나쳤고’ 협상이 진행될수록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좁아졌다’고 반박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의 태도 돌변으로 라이트하이저 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가 더욱 노골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온건파 므누신 장관마저 이번에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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