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20일 광화문서 文정부 규탄대회
강한 어조·쉰 목소리로 연설한 황교안
태극기세력 지지 염두, 연신 "애국시민"
연설 끝낸 뒤 청와대까지 가두행진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임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20일 서울 광화문 장외투쟁에 나섰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에 따른 현 정부의 '인사 독재'를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날 집회는 단순히 정권에 대한 규탄대회가 아니었다. 황 대표 스스로의 정치적 입지 강화와 더불어 보수의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철저하게 계산된 '보수 결집을 위한 집회'에 가까웠다.
◆ '황세모' 떨쳐버리려는 황교안…"피끓는 심정으로 이곳에 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4.20 leehs@newspim.com |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황 대표의 어조 변화였다. 그간 황 대표는 '황세모'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모호한 화법을 자주 구사했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연단에 오른 황 대표는 "광화문에 처음 나왔는데 피 끓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국민 여러분들과 함께 싸우기 위해 나왔다"고 운을 뗐다.
황 대표는 이날 '손혜원 비리사건 수사', '김경수 재구속'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을 대변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정부여당이 민감해하는 '김정은의 대변인'이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들었다.
황 대표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경제를 살릴지 고민하지는 않고, 가는 곳마다 북한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구걸하고 다닌다"면서 "도대체 대한민국의 자존심은 어디에 팔아놓고 북한 제재를 풀어달라고 얘기하고 다니냐"고 일갈했다.
그간 자신을 둘러싸고 '황세모', '투쟁력이 없다'는 등의 비판을 털어버리려는 듯, 황 대표는 이날 강한 어조로 20분 넘게 연설을 이어갔다. 더불어 당 대표로서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는 발언도 나왔다.
황 대표는 "이 정권의 좌파 독재가 끝날 때까지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면서 "제가 선봉에 서서 제 모든 것을 걸고 이 문재인 정권의 좌파 독재를 기필코 막아내겠다"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 모인 2만여명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당원들은 황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며 호응했다.
◆ '애국시민' 외친 황교안…보수 외연확장 나서나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서 자리하고 있다. 2019.04.20 leehs@newspim.com |
이날 집회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황 대표의 입에서 나온 '애국시민'이라는 단어였다. 애국시민은 보통 태극기 세력에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이 때문에 그간 한국당 내에서는 보수 색채가 강한 의원들만 주로 사용해왔다.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도 김진태·김순례 의원 정도만 '애국시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황 대표는 거듭 '애국시민'을 강조했다. 주말마다 태극기 집회에 나서는 태극기 세력들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었다.
황 대표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에 애국시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 달라"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한분한분 모두 함께 청와대로 가자"며 가두행진을 독려했다.
김태흠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이 정부는 헌법재판소까지 장악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좌파독재국가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이들의 불순한 의도를 저지하는 것이 우리 한국당과 애국 시민들의 역사적 소명"이라고 역설했다.
실제 이날 한국당이 시위를 하던 광화문 한 켠에서는 대한애국당을 필두로 한 태극기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일부 태극기 세력들은 한국당을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며 항의했지만, 태극기와 성조기를 동시에 든 극우 지지자들은 황 대표의 청와대 가두행진에 동참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서 자유한국당 당원들이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2019.04.20 leehs@newspim.com |
입당 초기부터 '통합'을 외쳐왔던 황 대표가 이날 광화문서 열린 첫 장외집회에서 애국시민을 언급한 것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본격적인 보수세력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당은 지난 4.3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대한애국당이 득표한 0.9%가 부족해 선거에서 지는 경험을 해야 했다. 그런 만큼 보수 지지자 중 10%를 차지하는 극우 성향의 '콘크리트 지지층'의 마음을 얻는 것이 절실하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집회에서 "저희의 길은 험하고 쉽지 않다.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세력은 지금 남아 있는 한 줌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제 모두 황 대표를 앞세워 단합하자"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이날 장외집회를 시작으로 몇 차례 더 추가적인 장외집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