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최대 300억달러 규모로 ‘세기의 법적 공방’에 나섰던 애플과 퀄컴이 극적인 합의를 이룬 데 따른 훈풍이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주식시장을 달궜다.
퀄컴을 필두로 국내외 반도체 칩 업체와 5G(5세대) 스마트폰 출시에 속도를 내게 된 애플, 여기에 애플과 퀄컴의 종전 선언에 모뎀 칩 생산 계획을 접은 인텔까지 승자라는 판단이다.
퀄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여기에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역시 이번 IT 공룡의 극적인 딜에 따라 커다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퀄컴 주가가 이틀 사이 40% 가량 폭등, 장중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300억달러 불어났다.
전날 장 마감을 앞두고 전해진 애플과 합의 소식에 23% 가량 랠리한 퀄컴은 이날 10% 이상 추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소송 규모에 해당하는 만큼 시가총액이 불어난 셈이다.
월가는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합의로 애플보다 퀄컴이 얻는 경제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진단이다. 스티펠 니콜라우스가 이날 퀄컴 목표주가를 43달러에서 100달러로 대폭 올리는 등 IT 담당 애널리스트는 퀄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앞다퉈 상향 조정했다.
국내외 반도체 칩 종목이 동반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주의 애플 공급 업체인 AMS가 5% 선에서 랠리했고,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4% 이상 뛰었다.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스카이웍스 솔루션스와 코르보, 브로드컴 등 반도체 칩 업체들이 수혜를 얻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애플과 퀄컴의 합의로 5G 스마트폰 시장의 외형 성장에 속도가 붙으면서 칩 업계의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을 제시한 것. 아울러 월가 투자은행(IB) 업계는 인텔의 모뎀 칩 생산 계획 철회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채권시장에서도 퀄컴에 대한 공격적인 베팅이 이뤄졌다. 이날 퀄컴의 2047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뭉칫돈이 몰린 것. 퀄컴이 5G 시장에서 지배적인 입지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번진 결과다.
월가는 이번 합의가 애플에도 호재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퀄컴과 특허 분쟁으로 인해 5G 스마트폰 출시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경쟁사에 비해 크게 뒤쳐졌지만 이번 합의로 내년 차세대 아이폰 공급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한편 미국 IT 전문 매체 ZD넷은 특허 전쟁 종결에 따른 최대 수혜자가 애플 소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이 칩 공급 업체를 퀄컴에서 인텔로 변경한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와이파이 연결 불량을 포함한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퀄컴과 칩 공급 합의에 따라 애플 제품의 성능이 개선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과 퀄컴의 종전 선언이 5G 시대를 중국 화웨이가 주도할 것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IT 업계의 우려를 꺾어 놓은 셈이라고 판단했다. 5G 시장의 판도가 종전 예상과 다른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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