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스-톨레프슨법 '철옹성'… 전투함 시장 여전히 '철문'
한국이 노린 건 구축함·잠수함… 열린 건 '비전투 시험선'
한화오션·HD현대, 미 해군 MRO 전진기지 부상은 '확인'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 조선업계가 기대했던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바람과 달리, 2026 회계연도 미 국방수권법(NDAA)은 해외 군함 건조 금지라는 워싱턴의 '철옹성 규제'를 재확인했다.
미 의회가 11월 말 최종 타결한 2026 회계연도 NDAA(분량 약 3000쪽)는 미 군함의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해외 건조 가능 물량을 "2척을 넘지 않는 범위(not more than two vessels)"로 규정했다. 이 조항은 미사일 계측·안전 선박 건조를 다룬 1656조에 포함돼 있으며, 미사일방어청(MDA)과 교통부(DOT)가 운용할 '미사일 계측 범위 안전선'에 한해 해외 조선소 발주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제한됐다.

NDAA 1656조는 "미 연방법 제10편 8679조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해당 선박 2척까지 계약할 수 있다고 명시해, 이른바 '번스-톨레프슨법'(10 USC §8679)의 예외를 최소치로만 열어두는 구조를 택했다. '번스-톨레프슨법'은 미국 해군 함정 및 주요 선체 구성품의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국가안보상 필요할 때 대통령이 예외를 승인하더라도 의회 통보와 30일 대기 절차를 요구하는 강력한 보호 규정이다. 2026년에도 미 국방 예산 전반을 지배하는 '상수'로 작동하게 될 전망이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및 관련 설명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예외로 풀린 2척은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이지스 구축함(DDG-51, 알레이버크급)이나 잠수함이 아니라, 미사일 요격 시험에서 궤적을 추적하고 비행 안전을 관리하기 위한 계측·통제용 범위 '안전선'으로 분류된다.
주력 전투함이 아닌 비전투 지원선마저 '2척 이내'로 묶은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의회 차원에서는 일자리와 핵심 제조 기반을 해외에 넘기지 않겠다는 보호 기조가 여전히 우세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2026 NDAA'는 미 해군뿐만 아니라 미 해안경비대(USCG) 선박에 대해서도 별도 조항(7213조)을 통해 해외 조선소 건조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군사·치안 목적의 주요 정부 선박 전반을 미국 본토 또는 우방 내 특정 시설 중심으로 묶어두는, 이중·삼중의 보호 장치를 입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연방법 8679조와 NDAA가 군함의 해외 '신조(新造)'에는 높은 장벽을 세운 반면, 유지·보수·정비(MRO)에 대해서는 예외와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미 해군의 자국 내 정비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전투 준비태세에 영향을 줄 정도라는 인식 속에, 의회와 행정부가 일정 범위 내 해외 MRO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운용 규정을 해석·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한화오션이 2024년 미 해군 군수지원선 'USNS 왈리 시라' 정비를 시작으로, 2024~2025년 사이 3만톤급 보급함 'USNS 유콘' 등 최소 두 척의 MRO 계약을 따내며 미 해군 정비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
HD현대중공업도 2024년 미 해군 군수사령부(NAVSUP)와 'MSRA'를 체결한 데 이어, 2025년에는 4만1000톤급 군수지원선 'USNS 알런 셰퍼드' 정기 정비 계약을 따내며 사실상 연간 200억달러 규모(약 26조원)로 추산되는 미 해군 MRO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NDAA와 연방법 체계로만 보면, 한국 조선소가 미 해군의 전투함 신조 물량을 직접 수주해 대규모 건조 공정을 국내로 가져오는 시나리오는 중·단기적으로 '정치·법률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대신, 방산·조선 업계에서는 이미 열린 MRO 물량을 통해 신뢰성과 가성비를 입증하고, 동맹국 조선소를 미국 조선산업 생태계의 일부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예외 조항을 조금씩 넓혀가는 '장기 우회 전략'이 현실적인 옵션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동맹국 조선소 활용을 통한 미국 조선업 부흥'을 MASGA 구상으로 포장했지만, '2026 NDAA'가 보여준 숫자는 "전투함 해외 건조 0척, 비전투 시험선 2척 이내, MRO 예외 확대"에 그쳤다.
한국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미 해군 전투함 수주를 꿈꾸기보다는, 이미 가시화된 정비·보급선 MRO 사업과 동맹 기반 공동개발·공동생산 모델을 통해 '조용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쪽이, 워싱턴의 법·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더 실리적이란 지적이 방산업계에서는 흘러 나오고 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