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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전봇대③] 전선 지중화 하면 좋은데…막대한 예산이 관건

기사입력 : 2019년04월12일 06:00

최종수정 : 2019년04월12일 14:46

전선 지중화, 공중 가설보다 최대 10배가량 비싸...1km당 수십억원
한전·지자체 50%씩 부담...전국 전선 지중화율 18.3%에 그쳐
전문가들 “도심 지중화 유리..산간지역 전선 유지·관리 수준 높여야”

[편집자주] 강원도 고성과 속초 산불로 전봇대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아직은 추정 단계지만 노후된 전신주에서 발생한 불꽃이 산불의 발화점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 및 소방당국의 조사를 통해 이 추정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번 산불은 ‘천재’가 아닌 ‘인재’로 규정될 공산이 큽니다.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선과 통신선이 뒤엉킨 채 방치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전봇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뉴스핌이 들여다 봅니다.

<목차>

①노후 전선 우려 커지는데…관련 규정은 전무

②거미줄 전신주, 안전 위협하는 통신선

③전선 지중화 하면 좋은데…막대한 예산이 관건

[서울=뉴스핌] 구윤모 황선중 기자 = 강원도 고성과 속초를 집어삼킨 산불의 원인으로 전봇대 전선이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다.

외부 환경에 노출된 전선 특성 상 이물질이 접촉될 경우 이번 같은 참사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증명된 셈이다. 전선과 통신선이 마구잡이로 얽혀있는 도심 속 노후 전봇대도 예외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를 거울삼아 전국의 전봇대와 전선에 대한 안전한 관리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우선 도심 지역의 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 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12일 “독일의 뮌헨 등 유럽 선진국 도시를 보면 대부분 전선이 지중화 돼 있다”며 “특히 인구가 많은 도심에서는 장기적으로 지중화 하는 것이 안전, 관리 등 여러 면에서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고성=뉴스핌] 홍형곤 기자 = 5일 오후 강원도 고성 및 속초에서 발생한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현대 오일뱅크 주유소 맞은편에서 국과수와 한전 감식반이 전신주 개폐기를 떼어내고 있다. 2019.04.05. honghg0920@newspim.com

그러나 전국의 전선 지중화 사업 속도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지중화율은 2016년 17.2%, 2017년 17.7%, 지난해 18.3% 수준에 그쳤다.

이렇듯 전선 지중화 사업이 '거북이걸음'인 이유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선을 가공(공중가설)할 때보다 지중화 하는 비용이 최대 10배가량 더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 환경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선 1km 당 지중화 비용은 수십억원에 달한다.

전선 지중화 사업은 지자체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다. 한전의 심의를 거쳐 사업의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지자체와 한전이 공사비의 50%씩을 부담한다.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일수록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자체가 한전에 요청한 지중화 사업 가운데 정기 승인이 이뤄진 사업 예산은 2016년 1895억 원, 2017년 1822억 원, 지난해 1598억 원, 올해 1275억 원으로 해마다 크게 줄고 있다.

그렇다보니 지역별 지중화율 격차도 크게 나타났다. 서울이 59.2%로 가장 높았으며, 대전 55%, 부산 41% 등 순이었다. 이번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강원(8.8%)을 비롯해 충북(9.3%), 충남(9.4%), 전남(7.9%), 경북(6.3%) 등 5개 광역지자체가 한 자릿수 지중화율을 보였다.

공중선 지중화사업 전후 비교 [자료=서울시]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일괄적인 지중화를 하기 보다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심과 달리 산간지역은 비용은 물론 효율적인 관리 측면에서도 현재의 가공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의견이다.

그 대신 산간지역의 전봇대와 전선은 혹독한 자연환경을 견뎌야 하는 만큼, 한전과 정부에서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도심에 지중화된 전선은 공동굴을 파서 주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산간지역은 오히려 산사태나 지반침하 등이 발생하면 안전 우려가 있고 관리도 더 어렵다”며 “자연환경이 척박한 지역일수록 유지·보수·관리 수준을 지금보다 훨씬 높이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전에서 전국의 전주(전봇대)와 전선을 모두 관리하는 것이 한계가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 기준을 세워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점검 빈도, 자격, 수준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저 밑에서 올려다보는 점검은 실효성이 없다”며 “위험도가 높은 지역 위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중화나 노후 전선 교체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iamky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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