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줄소송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와 올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참사 이후 희생자 가족들이 연이어 법적 소송을 낸 데 이어 주주들까지 가세한 것.
3월 추락 항공기 737 맥스8의 신규 주문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등 실적 압박이 본격화된 상황에 법적 소송이 늘어날 경우 날개 꺾인 보잉이 다시 이륙하는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경고다.
탑승자 157명 전원의 생명을 앗아간 에티오피아항공 사고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보잉 주주들이 두 건의 맥스8 추락 사고와 관련,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수 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로 인해 주요국 전반에 걸쳐 항공사들의 맥스8 운항 중단 사태가 확산되기 앞서 해당 항공기의 안전성 결함 문제를 은폐, 주주들을 기만했다는 주장이다.
주주들은 보잉의 미흡한 대응이 증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 시카고 연방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차대한 정보를 숨겼고, 이 때문에 주가 낙폭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다.
기소장에는 보잉 이외에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와 그레고리 스미스 최고재무책임자도 피고인으로 명시됐다.
소송장에서 주주들은 보잉이 737 맥스의 판매에 급급, 항공기의 안전성과 기업 윤리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10일 에티오피아에서 사고 발생 후 불과 2주만에 보잉의 시가총액이 무려 340억달러 증발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소송 대표자인 리처드 식스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보잉 주식 300주를 3월 초 매입했다가 불과 2주 후 커다란 손실을 떠안고 손절매 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개선과 주요 항공사들의 맥스8 운항 중단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연이은 소송이 보잉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앞서 주요 외신들은 보잉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는 희생자 가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퇴직연금 조합원들도 보잉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상황이다. 맥스8 기종의 생산 감축과 보잉 주가 하락이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송이 늘어날수록 법적 대응을 위한 보잉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 악화와 경영 정상화 지연 등 연쇄 파장이 나타날 전망이다.
한편 전날 보잉은 1분기 737 맥스 주문이 95건으로, 전년 동기 180건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보잉은 월간 737 맥스 생산을 52대에서 42대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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