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충원 대신 ‘신영DNA’ 강조..기간제근로자 비중 1%대 불과
업계 대비 낮은 급여·보수 체계는 약점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업종인 금융투자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정규직 비중이 높은 축에 속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공채를 통해 입사한 뒤 사내에서 승진하는 게 일반적이었고, 일부 타 회사로 이직하거나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기류가 본격적으로 바뀐 것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였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악재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국내 금투업계의 노동시장도 급변했다. 원래부터 인센티브제가 발달됐던 만큼 금투사들은 고용 유연성을 빠르게 확대해 나갔다. 증권맨들 역시 평생 직장 대신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계약직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영증권은 이런 업계 분위기에 역행하는 금투사 가운데 하나다. 당장 업계 내 정규직 비율 1위 자리를 수년째 놓치지 않고 있다. 또 지금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이 한 차례도 없을 만큼 최고의 직장 안정성을 자랑한다.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사옥 <사진=신영증권> |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영증권에 소속된 기간제근로자는 8명으로 전체 직원 643명의 1.24%에 불과하다(2018월 12월 기준). 중소형사일수록 정규직 비율이 낮은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수치다.
정규직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사와의 비교 역시 압도적이다. 직원수 2293명의 삼성증권이 2.62%(60명)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나머지 초대형IB(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 4사의 기간제 비율은 15~25% 수준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전체 직원 1446명 가운데 60%에 달하는 872명이 기간제근로자다.
여기에는 신영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베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신영증권은 고객과 주주는 물론 직원들에게도 신뢰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중장기적 시각으로 잠재력을 갖춘 우량기업에 투자하는 ‘가치투자’ 브랜드화에 성공한 것처럼, 신영의 기업문화는 ‘가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때문에 인재 등용 또한 외부 영입보다는 공채에 가중치를 둔다.
신영증권 출신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볼 때 신영증권 만큼 기업문화가 뚜렷한 증권사는 찾기 어렵다”며 “조직 내부의 충성도도 높고, 퇴사 후 회사에 대한 애정 역시 다른 회사 출신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신영증권은 매년 꾸준히 50~100명 수준의 신규 채용을 진행해왔다. 회사 규모를 생각할 때 적지 않는 수다.
이는 실적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3월 결산법인인 신영증권은 지난해 3분기말(3~12월)까지 당기순이익은 606억원이다. 전년도 같은 기간 기록한 589억원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신영증권은 지난 1971년 현 지배주주 인수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보지 않을 만큼 안정된 성과를 기록 중이다.
신영증권 서울 여의도 사옥 <사진=최주은 기자> |
다만 내부 충원 비중이 높다보니 직원 평균급여가 업계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고민이다.
3월 결산법인인 신영증권의 임직원 급여는 미등기 임원을 포함해 평균 820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평균 1억원을 상회하는 대형사는 물론 같은 중소형사인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현대차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결국 이런 조직 문화는 역설적으로 능력 있는 직원들을 붙잡는데 약점이 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대형사들까지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우수 인력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뛰어난 맨파워를 자랑하던 리서치센터가 지난해 센터장을 비롯한 내부 출신 인력의 잇따른 유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금투사 관계자는 “신영증권 출신 인재는 여의도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며 “업계 발전을 위해서도 신영증권처럼 성공적으로 자신만의 브랜드화(化)를 구축한 증권사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