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폐쇄시 대체수단 마련· 고객 안내 강화
대체제 활용 가능성 낮아…"사실상 점포폐쇄 어려워져"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시중은행들이 영업점을 폐쇄할 때 우체국뿐 아니라 상호금융권 점포를 대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은행들의 점포 폐쇄시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후, 영향이 클 경우 대체수단을 활용하도록 했다.
다만 은행권 반응은 시큰둥하다. 당초 금융감독원이 은행지점 폐쇄에 대한 모범규준 제정을 추진할 때보다 대체수단이 확대됐지만 이를 활용하면 비용 부담이 생기는 데다, 고객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당국이 은행 자율에 맡긴다지만 대체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어서 점포 폐쇄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달 안에 은행지점 폐쇄절차 등에 대한 공동협약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협약에 따르면 은행은 지점을 폐쇄하기 전에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기존에도 자체 평가를 시행해왔지만 수익성 외에 소비자 영향 측면의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평가에 따라 고령층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금융소외계층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때는 대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폐쇄 점포 근처에 있는 다른 시중은행이나 우체국, 지역 조합 등 상호금융권 점포를 대체수단으로 확보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고객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
이는 강제성 없이 은행이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협약이다. 당초 금감원에서 모범규준 제정을 추진했지만, 은행권 요구에 따라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모범규준 제정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이후 발표한 '금융감독혁신과제'에 포함된 것으로 점포 축소에 따른 금융접근성 약화를 방지하자는 취지였다.
점포 폐쇄 절차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대체수단의 폭도 넓어졌지만 은행권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점포 폐쇄 대신 대체수단을 활용할 경우 비용 부담이 생기는 데다, 고객을 뺏길 가능성이 커 실제로 폐쇄가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은행들로선 비용 절감 차원에서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는 것인데 대체 수단을 마련하려면 또 다른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지금도 업무제휴를 통해 우체국 창구에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활용도가 낮다.
현재 우체국은 한국씨티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전북은행, KEB하나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하나은행은 우체국 현금자동입출금기(ATM)만 이용하고, 나머지 은행들은 우체국 창구를 통해 입출금과 잔액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을 했던 한국씨티은행과 점포 수가 적은 지방은행, 국책은행을 제외하곤 활용도가 낮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체국을 통하면 타행 거래가 되기 때문에 고객이 내야 하는 수수료를 은행이 대신 내는 셈"이라면 "비용을 줄이려 점포를 정리하는 것인데 대체수단에 대한 또 다른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우체국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6일 오후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내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상호금융권 점포 이용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영업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다 보면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수 있어 점포 공유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시중은행 채널전략부 관계자는 "예금 만기가 되면 대체 금융권의 상품 가입을 유도하지 원래 거래하던 은행을 찾아가게 하겠냐"며 "노년층은 근접성에 따라 은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고객을 뺏기는 것을 감안하고 대체 점포를 활용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은행권에선 사실상 점포 축소를 어렵게 만드는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점포 폐쇄시 선택할 수 있는 대체안의 실효성이 떨어져, 폐쇄가 어려워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병칠 금감원 은행감독국 부국장은 "금융소외계층이 늘면서 해외사례를 감안해 선진적인 절차를 마련한 것"이라며 "당장은 현실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온라인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합종연횡 등 여러 방법을 만들어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