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안드레아 엔리아 유럽중앙은행(ECB) 단일은행감독기구(SSM·Single Supervisory Mechanism) 의장이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1·2위 은행인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합병에 대해 탐탁치 않다는 뜻을 밝혔다고 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드레아 엔리아 의장은 "어떤 국가의 챔피언 혹은 유럽의 챔피언 은행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특히나 당신이 감독자일 때 어떤 구조적인 결과물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병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우리는 튼튼한 사업력과 우수한 자본력을 가진 은행의 능력을 본다. 이러한 은행은 수익을 창출하고 중기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세심한 요건들 충족할 수 있어서다"라고 평가했다.
자칫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 등 위기관리 능력에 소홀해질 것을 염려해 대형 은행 탄생을 마냥 찬성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는 합병을 위한 논의를 공식화하고 현재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엔리아는 두 은행의 합병 계획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은 거부했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합병과 관련한 정치적인 의도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독일은 외압으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데 강도를 높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합병을 주도한 주요 인물이며 피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부장관도 중국에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독일 행정부 내 경제자문가위원회의 이사벨 슈나벨 위원은 "두 은행의 합병은 모든 측면에서 매우 좋지 않은 생각"이라며 납세자들에게 중대한 위험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두 은행이 합병되면 거대 은행이 도산하게 내버려 둘 수 없음은 명백하다"며 "금융 위기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SSM이 거대 합병을 통해 '챔피언'을 만들어 내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EU 집행위원회가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사업 합병 시도를 반대했던 것과 비슷하다. 두 회사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세계적 기업을 만들겠다며 합병을 시도했으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시장경쟁이 훼손되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엔리아 의장은 "유럽 은행들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도 유로존의 금융 서비스산업은 경쟁에 노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합병은 2016년에도 논의된 바 있지만 자체 구조조정이 더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와 무산됐다. 독일 정부는 도이체방크의 건전성을 우려하며 양측 은행의 합병을 추진했다. 정부는 15%가 넘는 코메르츠방크 지분을 갖고 있다.
두 은행의 합병을 통해 수출 주도의 경제를 지원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또 정부는 독일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코메르츠방크의 특수성을 독일 은행의 손에서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로이터는 지난 18일 전했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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