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동 원유 강국 사우디 아라비아의 주식시장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수 열기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FTSE러셀과 S&P 다우존스가 사우디를 신흥국 시장 지수에 편입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 투자자들의 ‘사자’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제회의 미래투자 이니셔티브’(FII) [사진=로이터 뉴스핌] |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한 주 사이 해외 투자자들이 사들인 사우디 주식이 16억리알(4억27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5년 주간 데이터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이머징마켓 지수 편입에 따른 관련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가 벤치마크 지수를 근간으로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을 위해 뭉칫돈을 베팅했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지수 편입 효과에 따른 주가 상승 열기를 겨냥한 세력들의 ‘사자’도 사우디 주식시장에 훈풍을 몰고 왔다는 해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우디 증시가 2020년 3월 FTSE 러셀의 신흥국 시장에 온전하게 편입되는 시점까지 ETF를 포함한 지수 펀드만 15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 홍수를 연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액티브 형 펀드의 베팅까지 감안하면 사우디 증시의 ‘돈잔치’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신흥국 지수 편입 이외에 사우디의 경제 개혁 및 시장 개방 움직임도 해외 투자 자금을 유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우디의 중장기 경제 개혁 로드맵을 담은 이른바 ‘사우디 아라비아 2030’은 원유 시장에 집중된 정부 수입원을 다각화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민간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 유가 급등락에 따른 충격을 최대한 상쇄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연초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브레이크에 따른 신흥국 자산시장 전반의 상승 열기 역시 사우디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사우디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매수 열기가 회복되자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유가 하락 리스크와 불충분한 증시 여건 등으로 사실상 좌절된 아람코의 IPO 계획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람코의 대규모 IPO가 성사될 경우 사우디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가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아람코의 기업 가치에 대한 분석과 회계 감사 등 증시 입성을 위한 과정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