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석방 후 첫 증인신문…원세훈 “이미 한참 전에 사의 표명”
검찰-원세훈, 국정원 자금 2억원과 10만 달러 전달 목적 놓고 공방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국가정보원장직 유지를 위해 이명박(78)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예산 2억원과 10만 달러를 뇌물로 건넨 혐의를 받는 원세훈(68) 전 국정원장이 “1년 전부터 이미 사의를 표명한 사람이 무슨 뇌물을 주겠냐”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부(정준영 부장판사)의 심리로 15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말했다.
원 전 원장은 당시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사건 등 현안으로 인해 경질설이 불거지자 원장직 유지를 위해 이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장 특수사업비(특활비) 2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저한테 행정안전부 장관 후임을 추천하라고 해서 누군가를 추천하면서 ‘장관으로 있다가 1년 후에 국정원장을 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저는 1년 전에 이미 사의 표명을 한 거나 마찬가지이고, 뇌물을 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3.13.leehs@newspim.com |
이어 “이에 관한 기억이 전혀 없다가 검찰 조사 당시 검사가 저한테 청와대 기념품 얘기를 해서 기억났는데, 실무진이 ‘청와대가 돈이 없어서 기념품도 못 만들면 문제가 있지 않나’하고 저에게 보고해서 지시했던 것 같다”며 “2억원을 달라고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지 않는다”고 이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이 추가 기소된 ‘호화 사저 리모델링’ 사건을 언급하며 “퇴직 의도가 강했다고 한 시점에 나랏돈 수십억원을 들여서 국정원 산하 건물 140평을 불법 개조할 수 있느냐”고 맞붙었다.
그러자 원 전 원장은 “천안함 사태 이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는데, (국정원장의 공관이 있는) 내곡동에서 청와대까지 가려니까 기본적으로 1시간이 걸려서 공관을 옮겨보자고 한 것”이라면서 “해외에서 정보기관장들이 올 때 공관을 영빈관으로 하고, 국정원장은 거기를 쓰도록 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10만 달러 수수’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원 전 원장과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비용이 대북 접촉시 필요한 활동비 명목으로 제공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10만 달러를 청와대에 전달한 국정원 예산관 최모 씨와 이를 전달 받은 김희중 전 1부속실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비’라고 진술한 바 있다.
원 전 원장은 검찰이 “검찰 조사 당시에는 ‘남북예비접촉이든 해외순방비든 필요한 업무에 사용하라고 전달한 것이다. 실제로 어디에 사용했는지 저는 모른다’고 진술했다. 어떻게 보시느냐”고 묻자 “빨리 조사를 끝내고 싶어서 저런 얘기를 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재차 검찰이 “10만 달러는 1억원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이걸 대북접촉비로 쓸 수 있느냐”고 추궁하자 “한 번에 이렇게 큰돈을 주는 게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서 쓸 수 있는 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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