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아사코(가라타 에리카)는 우연히 만난 바쿠(히가시데 마사히로)와 단숨에 사랑에 빠진다. 설레고 뜨거운 첫사랑.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인 바쿠는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돌아오겠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떠난다.
2년 후 아사코는 도쿄에서 첫사랑 바쿠와 똑같이 생긴 료헤이(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만난다. 혼란도 잠시 바쿠와는 반대의 매력을 가진 자상하고 따뜻한 료헤이에게 매료된다. 5년의 열애 끝에 료헤이와의 결혼을 결심한 아사코. 하지만 그때 연예인이 된 첫사랑 바쿠가 다시 나타난다.
영화 '아사코' 스틸 [사진=(주)올댓시네마 플러스] |
영화 ‘아사코’는 일본 작가 시바사키 도모카의 ‘자나 깨나’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첫사랑을 잊지 못한 여자가 그와 똑같이 생긴 남자를 만나면서 겪는 혼란을 그렸다. 허상에 속아 첫사랑을 따라나섰다 이내 후회하며 현재의 사랑으로 돌아오는 전개다. 한 마디로 판타지 같은 설정 아래 ‘막장’ 드라마 같은 고루하고 상투적인 내용이 펼쳐진다. 사랑에 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사유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사코’가 매력적인 이유는 복잡하게 얽힌 단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 영화에는 일본 현대 사회에 대한 은유가 가득하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두 남녀의 사랑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하고 동시에 그 상처를 위로한다. 특히 극 말미 서로를 온전히 믿을 수 없게된 아사코와 료헤이의 삶은 신뢰가 사라진 상황에서 불안을 이겨내며 사는 일본의 현재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이다. 국내 팬층을 넓혀가고 있는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자유분방한 바쿠와 성실한 료헤이, 극과 극 캐릭터를 오가며 완벽하게 1인 2역을 소화해냈다. 그중에서도 료헤이를 통해 그려내는 따뜻하고 자상한 매력이 인상적이다. 아사코 역의 가라타 에리카는 매 순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아사코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청초한 얼굴은 그의 또 다른 무기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오는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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