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시설 폐기-대북제재 일부 완화 맞교환
비핵화 로드맵 도출 가능성은 높지 않아
연락사무소·종전선언·유해 추가 송환 등도 포함
[하노이=뉴스핌] 특별취재단 = 2차 북미정상회담 두 번째 날이 밝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조치-상응조치’ 빅딜 여부가 회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북미 두 정상이 내놓을 이른바 ‘하노이 공동선언’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김 위원장은 28일 오전 9시(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회담 결과는) 속단하기 이르고 예단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러나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메트로폴 호텔에서 진행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일대일 양자회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반응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로이터] |
◆ 영변 핵시설 폐기-대북제재 일부 완화
먼저 9월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긴 영변핵시설 영구적 폐기다. 이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가장 먼저 내놓을 협상카드 중 하나로 손꼽혀 왔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26일(현지시간) 북미 간 실무협상에 대해 정통한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미 간 ‘잠정 합의안’을 공개했다. 이중 눈에 띄는 부분은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데 동의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남북경협을 위한 일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복스가 전한 내용은 디테일이 빠져있다. 영변 핵시설의 완전 폐기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고농축우라늄과 같은 핵물질 생산 중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만약 후자의 내용을 의미하는 경우 ‘동결’의 의미인데 그럴 경우 성공보다는 실패한 회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영변은 과거부터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장소다. 특히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 쇼’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그간 미국과 국내 조야에서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냉소적 시선이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이미 수명을 다한 쓸모없는 시설”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한 북한이 진정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원한다면 플러스알파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플러스알파 조치로는 핵무기를 포함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시설 신고가 거론돼 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영변핵시설 일부 폐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 전문가 동반 사찰, 미사일 일부 자발적 폐기·반출과 제재 완화를 통한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일부를 허용해주는 게 우려되는 시나리오”라며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제재를 완화해주면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되는 셈이고 비핵화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로이터=뉴스핌] 권지언 기자 = 28일(현지시각) 산책을 마치고 실내 환담을 위해 이동 중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을 미소를 띤 채 바라보고 있다. 2019.02.28 |
◆ 비핵화 로드맵 도출 가능성 낮을 듯…북미 워킹그룹 가동 합의?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후 북미 간 교착국면 상황이 발생한 것은 비핵화 로드맵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반적인 비핵화 순서인 ‘동결→신고→사찰→검증→폐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간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 간 짧은 만남을 통해 세부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에 정상회담에서는 워킹그룹 본격 가동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세부적인 비핵화 로드맵 마련을 위해 “워킹그룹을 몇 월부터 가동하기로 합의했다”는 식의 내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15일 한 간담회에서 “하노이에서 1박2일 만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모든 로드맵이 다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문 특보는 “6.12 북미공동성명은 총론적 성격이 강하고 이번 하노이에서는 각론적 성격이 돼야 한다”며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워킹그룹 같은 가시적인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도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만들지는 못하고 대략적으로 만드는 수준으로 합의를 할 수도 있다”며 “너무 큰 기대감을 갖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현실적으로 이번 회담에서는 큰 틀의 비핵화 그림을 그리돼 세부적인 실행은 추후로 넘기는 내용의 합의가 나올 것”이라며 “다만 그럴 경우, 트럼프의 국내 정치 상황(민주당 비판 직면)이 있기 때문에 추후의 비핵화 진행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해 송환 작업을 하고 있는 미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북미 연락사무소·종전선언·유해 추가 송환
비핵화 부분 외 북미 두 정상이 합의할 것으로 점쳐지는 내용도 있다. 그중에서도 연락사무소 설치라는 소통 창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국교정상화는 이익대표부→연락사무소→상주 대사관 순으로 이뤄진다. 이번 회담에서 연락사무소 설치에 두 정상이 합의할 경우, 향후 완전한 양국 관계 정상화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외교가에서는 북미간 종전(평화)선언 합의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종전선언을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입구로 여기고 있는 만큼, 미국의 상응조치 중 하나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은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연내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합의했다. 그러나 결국 연내 종전선언은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이 9월 평양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 ‘군사분야합의서’ 등을 합의하면서 남북 간에는 사실상의 종전선언이 있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6.12 센토사 합의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이후 전개된 북미 외교 당국자 간 접촉 등에서도 이를 공론화 한 적이 없다. ‘선(先) 비핵화 조치-선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이 극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북미 정상 간 종전에 대한 큰 틀의 합의 또는 필요성을 다시 확인한다면, 남·북·미 3자간 또는 남·북·미·중 4자간 종전선언 연내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확대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질문 나왔다”며 “무슨일이 벌어지든 전 김 위원장과 북한에 좋은, 그런 유리한 협상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이 같은 가능성을 높였다.
이밖에 북한 지역에 묻힌 6.25 전쟁 미군 전사자·포로 등의 유해 추가 송환 및 공동 발굴 등에 대해서 합의할 수도 있다.
두 정상은 1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6.25 전쟁 미군 전사자·포로 유해를 즉각 송환하기로 합의했고, 이에 북한은 지난해 7월 미군 유해 55구를 돌려보냈다. 인도주의 분야에서의 교류·협력 확대는 양국 간 신뢰 ‘결핍’으로 인한 감정의 골을 회복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