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불법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혐의
김기춘 측 “고의·협박·인과관계 없어”
검찰 “위법한 목적 위해 강압적 방법”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한 소위 ‘화이트리스트’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피고인들이 “강요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며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4부(조용현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은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 8명에 대한 항소심 8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보수단체 불법지원(화이트리스트) 관련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후 다시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8.10.05 kilroy023@newspim.com |
법원 정기인사로 인해 재판장이 교체됨에 따라 이날 재판은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의 항소 이유 등 기본 입장을 다시 확인하는 절차로 진행됐다. 김 전 실장 등 피고인들은 모두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강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해야 성립하는 것으로 고의, 협박 행위,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김기춘 피고인이 (보수단체 지원을) 무조건 관철시키게 했다는 고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실장 측은 “만약 원심처럼 피고인의 행위가 협박에 해당된다면 실질적으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협조를 요청하면 강요죄가 성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 측 변호인 역시 강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 전 수석 측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민간에 협조를 요청한 것은 수없이 많다”며 “청와대가 요구하고 부담을 느낄 수 있어 강요죄로 인정하는 것은 광범위한 형사 책임이다”고 말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 측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는 직권남용죄가 유죄가 되고, 강요죄는 무죄가 됐다”며 “화이트리스트 사건에서는 직권남용죄가 무죄가 되기 때문에 강요죄를 유죄로 한 것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검찰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업무를 수행했고, 사회 직능 단체에 협조요청을 할 수 있는 직무권한이 있다”며 “전경련에 자금 지원 요청 행위는 위법한 목적을 위해 강압적 방법을 사용한 직권남용의 결과에 이른 것이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조 전 수석 등의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 대해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라며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경련에 33개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비서관은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하고 전경련 측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등 사건 전반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아울러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각각 5000만원과 5억원을 수수하고, 2016년 총선에서 친박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여론조사를 시행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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