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담보대출 실적 평가…초기 기업 대출 확대 유도
기술금융 질적 성장 도모…올해 평가부터 반영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융위원회가 은행들의 기술금융 평가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 실적을 새로 평가하고,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도록 한 것이 골자다.
기술금융 대표선수인 기술신용대출은 160조원 규모로 급성장했지만, 은행들이 실적 늘리기에 치중해 내실을 기하기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양적 성장에 치중하게 유도한 금융당국의 평가 방식이 문제점으로 꼽히면서 이번 개편안이 나왔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달 말 은행들과 기술금융 실적평가 개선안을 공유했다. 금융위는 바뀐 평가방식을 올해부터 적용한다. 오는 9월 발표할 상반기 기술금융 실적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기술금융은 담보나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도 기술력이 있으면 자금을 지원받도록 하는 제도다. 기술평가를 토대로 대출여부, 이자율, 한도 등을 설정하는 기술신용대출이 대표적이다. 금융위는 2014년부터 은행들의 기술금융 실적을 평가해 공개했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은행들에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출연료 차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경쟁을 유도했다.
이후 기술금융은 양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실적 위주 평가 방식으로 과열 경쟁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특히 기술금융이 대형은행 위주나 특정 분야에 집중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부 은행에선 기술 금융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기술과 크게 연관 없는 기업을 기술기업으로 둔갑시키거나, 담보·보증대출이 가능한 기업을 기술신용대출로 유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은행 TECH 평가 지표(요약) [표=금융위원회] |
이에 금융위는 IP 담보대출 실적,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기술신용대출 확대 등을 포함해 평가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초기 자금이 필요한 벤처 기업, 스타트업 등에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개편된 평가에는 IP 담보대출 실적이 새롭게 담겼다. IP를 담보로 대출을 시행한 실적 규모를 독립 지표로 반영한다. IP 금융이 일반적인 여신 관행으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늘어날 수 있도록 기술등급을 확대한 것도 특징이다. 기업이 기술신용대출을 받으려면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이나 은행 자체 심사를 통해 기술등급(T1~T10)을 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T1부터 T6 등급까지만 기술금융 평가에 반영했지만 이를 T7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아이디어만 갖고 있는 초기 기업의 경우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대출 문턱을 낮춘 셈이다.
대신 기술등급에 따른 평가 가중치는 줄였다. 기존에는 기술력이 높은 기업에게 대출을 할수록 높은 점수를 줘 기술등급을 후하게 주려는 인플레이션 유혹이 있었다.
기술신용대출에 대한 평가 비중은 늘렸다. 기술신용대출은 보증이나 담보가 없어도 자금 조달이 가능해 기술금융 취지에 가장 가깝다.
은행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기술금융의 질적 성장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술신용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측은 "신용정보원과 공동 작업한 기술금융 평가 방식 개선안을 은행들과 공유하고 논의하고 있다"며 "다만 은행별로 원하는 개선 방향이 달라 모두 다 반영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