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의 진' 친 트럼프 "민주당 예산안에 절대 서명 안해"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작년 11월 중간선거 이후 열린 첫 대규모 정치 유세 현장에서 자신이 만족하는 국경보안 예산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연방정부의 추가 셧다운(업무 중단)과 국가 비상사태 선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국경 지역인 텍사스주(州) 엘패소 유세 연설에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강조한 한편, 민주당의 제안이 담긴 법안에 "절대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연방정부의 임시예산안 시한인 오는 15일을 나흘 앞두고 배수의 진을 친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주 소재 엘패소 카운티 콜리세움에서 열린 선거 유세 중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2019.02.11.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통신과 의회 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앨패소 유세 현장에서 "알다시피, 우리는 어쨌든 장벽을 지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폭력범(violent criminals)을 대규모로 풀도록 강요하는 법안에 절대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법안은 이민관세집행국(ICE)의 불법 이민자 구금 시설 한도를 낮추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가리킨 것이다. 나흘 뒤 임시예산안이 만료돼 연방정부가 셧다운에 돌입하더라도 민주당 제안에 타협할 의지가 없음을 보인 셈이다. '어쨌든'이라는 표현은 의회의 승인없이 국경 장벽을 지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 비상사태 선포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협의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57억달러 규모 국경장벽 등 국경보안 예산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양당 상·하원 소속 17명으로 구성된 이 협의회는 시한이 2월 15일인 3주짜리 임시예산안이 지난달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시행됨에 따라 만들어졌다.
민주당은 협의회에서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주는 대신 ICE의 과도한 구금을 막기 위해 관련 예산을 축소, 침상 등 구금 시설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공화당은 신속한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위해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맞섰다.
때문에 지난 주말 협상이 결렬되기도 했으나 이날 오후 재개됐다. 이날 협상 이후 협의회 소속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은 국경보안 예산 협상에서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합의 내용의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더힐은 "민주당은 침상 수를 줄이자는 요구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침상 5만2000개 요청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해당 합의에서 국경 장벽의 경우, 리오그랜드 국경 근처에 55마일의 새 구조물 건설을 포함, 물리적 장벽에 13억75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이 포함됐다고 더힐은 의회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국경장벽 건설 자금 57억달러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정확한 합의 내용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규모에는 크게 미치지 못해 셧다운이 재발할 가능성이 커졌다. 예산안이 15일 자정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치지 못할 경우 연방정부는 16일 오전 0시 1분부터 셧다운에 돌입한다. 앞서 미 정부는 공화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57억달러 국경장벽 건설 자금 요구를 놓고 갈등을 벌이면서 작년 12월 22일, 셧다운에 들어갔다. 35일 간으로 역대 행정부 중 최장 기간의 셧다운을 기록했다.
이미 백악관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으로 57억달러를 얻지 못할 경우 추가 셧다운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앞서 10일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은 연방정부의 두 번째 셧다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셧다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57억달러 역시 협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한 뒤, 가장 가능성 큰 결과는 의회가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낼 수 있을 만한 합의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없이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만큼 국가 비상사태 선포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해왔다. 비상사태를 선언하면 의회의 승인없이도 국방부 등의 예산을 끌어다 국경장벽 건설에 쓸 수 있다. 멀베이니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동의와 상관없이" 장벽 건설 계획에 전념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다만 비상사태 선포와 관련,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비상사태를 선언할지는 알 수 없다. 비상사태 선포의 정당성을 놓고 차후 법적 다툼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 멀베이니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멕시코 국경에 국가안보와 인도주의 차원의 비상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