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헤지펀드 업계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휘청거리는 공룡 헤지펀드가 속출하는 한편 문을 닫는 사례도 꼬리를 물고 있다.
맨해튼 금융권 <사진=블룸버그> |
금융시장의 극심한 혼란 속에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면서 헤지펀드 업계가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억만장자 투자자 데이비드 아인혼이 이끄는 헤지펀드 업체 그린라이트 캐피탈의 자산이 3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펀드에서 빠져나간 고객 자금이 17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자산 규모는 25억달러로 위축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손실이 34%에 달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운용 자산 120억달러에 달했던 그린라이트 캐피탈의 외형은 지난해 초 60억달러로 줄어들었고, 이후 단기간에 반토막 이상 출혈이 발생한 셈이다.
상황은 그 밖에 공룡 헤지펀드 업체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레이 달리오가 이끄는 브릿지워터 어소시어츠 역시 캘리포니아 지역의 한 연기금이 투자 자금 8100만달러를 전액 회수하기로 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12년 이후 장기간에 걸쳐 펀드 수익률이 부진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수익률이 운용 수수료를 밑도는 실정이라는 것.
헤지펀드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헤지펀드에서는 340억달러의 뭉칫돈이 이탈, 말 그대로 엑소더스를 연출했다. 이는 업계 총 자산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닫는 헤지펀드도 비일비재하다. 뉴욕과 런던에 거점을 두고 있던 매크로 헤지펀드 업체 애트로스 캐피탈이 최근 펀드 청산을 결정했다. 거시경제 이벤트 및 상품시장에 중점적으로 베팅했던 전략이 빗나간 결과다.
헤지펀드 리서치 업체인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앞서 존 라바노스키가 이끄는 브레넘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피터 브루어의 커뮬러스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융시장 급등락에 따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로 꼽히는 존 폴슨은 최근 자신이 이끄는 폴슨 앤 코를 이른바 패밀리 오피스로 전환할 뜻을 내비쳐 월가의 관심을 끌었다.
헤지펀드 업계의 위기 상황은 부실한 수익률과 직접적으로 맞물렸다. 래리 로빈스의 글렌뷰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지난해 16.2%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다니엘 로엡이 이끄는 써드 포인트 역시 연간 11%의 손실을 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나타냈다.
그린라이트 캐피탈은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가치주 베팅을 포함해 지난해 투자 전략 중 적중한 것이 거의 없었다”며 “시장 여건이 최악”이라고 밝혔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