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일몰 후 반년만에 재도입 추진
1위 KT 치명타, 가입자 확대 어려워
인수합병 걸림돌 불가피, 규제완화 절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국회가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최대 1/3로 제한하는 합산규제 재도입을 추진한다. 독점 방지보다는 입수합병을 비롯한 기업들의 공격적인 사업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 완화는커녕, 오히려 없어진 규제를 다시 부활시키는 행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오는 2월 국회에서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합산규제는 IPTV와 케이블(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최대 1/3(33.3%)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15년 6월 도입, 지난해 6월 일몰(폐지)됐지만 국회에서는 규제 부활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당초 합산규제는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 중에서 복수의 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KT(IPTV, 위성방송)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이동통신사들의 케이블 대상 인수합병 검토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사업자와의 규모 경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미디어 시장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점유율 1위 기업은 KT다. IPTV 20.67%, 위성방송(KT스카이라이프) 10.19%로 합산 30.86%다.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규제선까지 2.47%p 정도의 여유만 남기 때문에 인수합병은 물론, 공격적인 가입자 유치도 어려워진다.
CJ헬로 인수를 추진중인 LG유플러스의 IPTV 점유율은 11.41%. CJ헬로 점유율 13.02%를 더하면 24.43%다. 13.97%를 차지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를 인수한다면 26.99%에 도달한다. 양사 모두 6~9%p 가량 여유가 있지만 규제선에 근접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사업 전개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 때문에 그동안 합산규제에 찬성했던 양사는 최근 유보적 입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규제가 없어도 시장 기능이 작동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합산규제가 유료방송 시장 재편과 경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IPTV와 케이블, 위성방송 등의 구별이 의미없는, 사실상 미디어 시장의 장벽이 사라진 상황에서 점유율을 규제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의 1/3을 점유하면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도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무한 성장이 가능해야지 기업이 스스로 발전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넷플릭스가 장악하고 있는데 넷플릭스가 잘 나간다고 규제하는 나라가 있는가”라며 “규제가 아닌 모바일에 이동하는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를 지원하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합산규제 재도입 시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KT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KT측은 “수많은 사업자들이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합산규제가 없다고 해서 갑자기 특정 사업가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은 없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에도 방해가 될 것”이라며 “사용자들이 KT 미디어 상품을 이용하고 싶은데 가입자가 많으니 불가능하다고 막는게 올바른 규제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