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에서도 대기업 '팔 비틀기' 논란 여전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 올해 초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성공을 위한 후원기업 신년 다짐회. 이낙연 국무총리는 참석한 대기업 관계자들에게 "신세진 김에 한두가지 더 부탁드리겠다"며 평창동계올림픽 티켓 판매에 대기업이 좀 도와달라고 언급했다.
이 총리의 이같은 공개 '부탁'을 전후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평창동계올림픽 티켓을 암암리에 구매해 협력사 및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 지난달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아시아 최대 지역경제포럼인 보아오포럼 행사장. 당초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연설을 하기로 돼 있었지만 취소됐다. 개막식 행사에도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불참했다. 정의선 현대기아차 수석 부회장은 개막식에는 불참하고 중국 국무위원과 VIP 티타임만 참석했다.
현 정부로부터 '적폐세력'으로 낙인찍힌 전경련이 주관한 행사여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불참한 것 아니냔 후문을 낳았다.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도 박근혜 정부 시절 문제가 된 미르-K스포츠재단 처럼, 대기업들에 대한 옥죄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들에 기금을 요구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재계 5대그룹 [사진=뉴스핌DB]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정부는 지난달 국회에서 'FTA 이행에 따른 농어촌과 민간기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그룹, LG전자, 롯데지주, 포스코, GS홈쇼핑,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제일제당, LS 등 15개 기업에서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고위임원들이 참석했다.
재계와 경제단체 인사들이 대거 동원된 이날 간담회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독려하는 자리였다. 당시 재계에선 정부가 자율적으로 내라고 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기업 '팔 비틀기'아니냔 지적을 낳았다.
재계는 현 정부에서도 기금 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얽혀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미르K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기업들은 총수들이 검찰에 불려나가는 곤욕을 겪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각종 기금에 대해 자율이라고는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정부가 부를때 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며 "농어촌상생기금도 법적 의무는 없지만 기업 입장에선 준조세같이 느껴져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부과되는 협의의 준조세(수익자부담금 제외)는 2005년 22조원에서 2016년 55조6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의 모든 사업을 국가예산으로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과 연결할 필요는 있지만, 기업입장에서 국가권력으로부터 강요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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