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사건 수사한 검찰청 앞에서 시위
위탁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유가족 "앞으로 아동학대 근절 위해 계속 시위를 벌일 것"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아내는 산후우울증으로 집에 있고 어머니는 충격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아동학대가···".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 위탁모 김모(38)씨의 학대로 생후 15개월 딸을 잃은 아버지 문모(22)씨는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느라 쉽사리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문씨는 이날 문양의 고모, 매형 등 가족 5명과 함께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 섰다.
문씨는 "저희 아기가 학대 받아 죽었다. 그런데 죄명이 살인이 아니고 아동학대 치사다. 그거는 아닌 것 같다"면서 "위탁모 처벌을 강력하게 주장하기 위해 다같이 모여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피고인에게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정형이 살인죄와 비슷할 정도로 중죄인 셈이다. 살인죄는 피고인에게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처하도록 돼 있다.
다만 아동학대치사죄는 고의를 누군가를 살해했다고 보는 살인죄와 다르게 '피의자가 아동을 숨지게 한 것은 맞지만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뜻이다. 아동학대치사와 살인은 이 지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버지 문씨의 말 역시 자신의 딸아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한 위탁모에게 왜 살해의 고의성이 없다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위탁모 아동학대 사건' 피해 유가족들. 2018.12.14. sunjay@newspim.com |
검찰에 따르면 위탁모 김씨는 지난 10월 자신이 돌보던 문양을 상습적으로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했다. 김씨는 또 문양에게 하루에 우유 200cc 한 잔만 주는 등 밥도 제때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이유는 문양이 설사 증세를 보이는 탓에 기저귀 교환과 빨래를 자주 해야 해 화가 났다는 것이었다.
지속적인 학대에 문양은 눈동자가 돌아가고 손발이 뻣뻣해지는 경련 증세까지 보였다. 하지만 김씨는 그런 문양을 약 32시간가량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내버려 뒀다. 결국 문양은 뇌사에 빠졌고 지난달 10일 숨졌다. 검찰은 김씨의 학대행위 외에 문양이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위탁모 김씨에게 아동학대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동학대의 결과로 아이가 숨졌기 때문에 감정적으로는 살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법리적으로 따져보면 아동학대치사가 더 정확하다"라며 "만약 억지로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한다면 재판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피의자를 엄벌하기 위해 더 알맞은 법리를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씨는 이날 "다시는 이런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안 된다"면서 법적으로 안전성이 보장된 정식 아동보호 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 역시 지난 5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설 위탁모에 대한 관리 감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24시간 어린이집 위탁 아동들의 보육 실태 역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문씨와 함께 시위에 나선 문양의 고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아동학대 형량이 늘어나, 조카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에도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꾸준히 열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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