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물품구매계약 위반 근거로 나라장터 거래 정지 조치
대법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 미치는 조치...외형상 행정처분"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행정청의 조치가 비록 사법상 계약에 따른 것이라도 상대방의 권리 및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면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A 주식회사가 조달청을 상대로 낸 상고심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대법원은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행정청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관련 법 내용의 취지,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조달청이 A 회사에 내린 거래정지 조치는 비록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기는 하지만 조달청의 공권력 행사로서 상대방의 권리 및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의 거래를 일정기간 정지하는 조달청의 조치는 계약상대자의 법률상 이익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나라장터 거래정지 조치를 한 피고가 행정기관인 점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조치는 행정처분으로서의 외형을 갖추었다"고 판단했다.
원고인 A 주식회사는 화강경계석 제조 및 시공 업체로 모자이크 페이빙(paving) 제작 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조달청은 A 회사의 제품을 우수 제품으로 선정하고 수의계약으로 물품구매 계약을 맺었다.
A사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홈페이지에 해당 제품을 등록한 후 수원시 등으로부터 납품요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사는 각 기관과의 협의에 따라 규격서에 정해진 바와 다른 방법으로 시공한 제품을 납품했다. 이에 조달청은 A사가 납품하는 제품이 계약 규격과 상이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A사에게 6개월의 종합쇼핑몰 거래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A사는 조달청의 조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조달청의 처분은 원고의 재산권을 직접 제한하는 제재적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법률에 명시적 근거가 필요한데, 조달청의 처분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A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조달청은 "거래정지는 물품 구매계약상 의무 위반에 따라 규정된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조달청과 A 주식회사 사이의 계약은 당사자 사이에서만 구속력이 있을 뿐"이라며 "조달청이 이런 조치를 일방적으로 행할 수 있더라도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 서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해 A 회사의 청구를 각하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종합쇼핑몰 거래정지 조치는 피고가 계약상대자에게 부과하는 대표적인 불이익 조치 중 하나로서 계약상대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거래정지 조치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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