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자들 현금 확대 권고..BofA는 엔화 매수 추천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말을 앞두고 뉴욕증시의 한파가 거세다.
일드커브 역전에 이어 유가 급락, 화웨이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까지 굵직한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이른바 ‘산타 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글로벌 증시와 함께 신흥국 통화와 유가 등 위험자산이 일제히 폭락한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독일과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했고, 시장 전문가들은 ‘리스크-오프’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조지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으로 휴장한 뒤 6일(현지시각) 거래를 개시한 뉴욕증시는 출발부터 가파르게 떨어졌다.
다우존스 지수가 400포인트 이상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고,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장중 일제히 1% 이상 밀렸다.
개장 전부터 화웨이의 멍 CFO 체포 소식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삭소 캐피탈 마켓의 엘레너 크렉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멍 CFO의 체포 소식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휴전 선언에 진정성이 결여된 사실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 창업주의 딸이기도 한 멍 CFO는 이란 제재를 어겼다는 이유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에서 체포됐고, 중국 측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는 상황이다.
이날 블룸버그는 선물 거래가 시작되기 전부터 뉴욕증권거래소의 플로어는 ‘모조리 팔아 치우라’는 트레이더들의 목소리로 아수라장을 연출했다고 보도했다.
트레이더들이 일제히 ‘팔자’에 나서면서 한 때 S&P500 지수 선물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제 유가의 하락도 연일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날부터 이틀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회를 갖는 가운데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산유국들은 하루 100만배럴 감산을 저울질하고 있다.
감산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하루 130만배럴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중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 떨어졌고, 이 때문에 신흥국 통화 역시 하락 압박에 시달렸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현금 비중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예기치 않은 충격이 곳곳에서 불거지는 만큼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의 저가 매수에 나섰다가는 떨어지는 칼날을 붙잡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부 트레이더들의 주장대로 프로그램 매매가 주가 폭락을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을 일정 부분 인정하더라도 일단 소나기를 피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것.
맥케나 매크로의 그렉 맥케나 대표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현금 확보에 나설 때”라고 주장했다.
미국 투자 매체 배런스는 조만간 현금이 대부분의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엔화 매입을 권고하는 의견도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보고서를 내고 안전자산 수요 증가와 함께 달러화 약세가 맞물려 엔화가 내년까지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안전자산이 이날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6bp(1bp=0.01%포인트) 급락하며 2.8% 선으로 밀렸고, 독일 10년물도 4bp 하락한 0.23%에 거래됐다.
달러 인덱스가 0.3% 하락한 가운데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0.7% 상승했고, 금값이 장중 0.5% 오르며 온스당 1249달러에 거래됐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