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인터뷰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미국 동의 없이는 안 풀려"
"北에 선(先) 비핵화 안되면 제재 완화 어렵다 전해야"
"文정부, 지금이 기회...핵 없어도 체제 유지 가능 설득해야"
[서울=뉴스핌] 황남준 논설실장 = 최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 8일로 예정됐던 북미고위급회담이 북한의 요구로 돌연 연기되면서다.
이를 두고 ‘북한의 간보기 전략’, ‘지지부진한 제재 완화에 대한 불만’, ‘핵사찰-제재 완화 절충점 도달 실패’ 등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정상회담 전까지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와 미사일 시설의 리스트 제공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담 문턱을 낮췄다.
하지만 북미 간 핵협상 재개 소식은 ‘아직’이다. 연기된 북미 고위급회담이 이르면 이달말 열릴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북한도 각종 선전매체를 동원해 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협력 방안 등을 체계적으로 논의할 한미 워킹그룹 등을 언급하며 대미, 대남 비방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핌>은 국내 최고의 대북 전문가로 알려진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과 특별대담을 갖고 향후 북미 간 핵협상과 남북관계 등을 전망해봤다. 대담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뉴스핌 사옥에서 황남준 논설실장이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지난 23일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이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pangbin@newspim.com |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결정적 요소는 “김정은의 전향적인 결단”이라고 진단했다.
문 센터장은 특히 “김 위원장 마음속에는 ‘(비공식 핵보유국인) 파키스탄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과거와 같이 비핵화하는 척하면서 남측과 미국, 국제사회로부터 무언가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는 미국 동의 없이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문 센터장은 중국의 대북 우회 지원에 대해 “중국도 미국과의 무역전쟁 때문에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며 “중국이 북한을 봐줄 경우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유관 3자제재)'이라는 카드를 맞닥뜨릴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에 대해 “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북미관계가 교착국면에 있을 때 남북정상회담이 ‘활로’로 작용했다”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해 다시 대화 분위기를 띄우고, 소통의 기회를 갖는 그런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지난 23일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이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있다. pangbin@newspim.com |
문 센터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영변 핵시설은 북한의 핵심적인 핵시설 중 하나이지만 핵물질, 생산시설, 미사일 등 전체로 보면 극히 일부다. 이 것만 가지고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해주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면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문 센터장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견인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지금 힘을 발휘할 때”라며 “김 위원장에게 ‘살라미 전술(현안을 잘게 나눠서 하나씩 해결하며 실리를 챙기는 방식)’과 단계적·동시적 방식의 협상이 아닌, 선(先)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북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는 걸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 기회”라며 “김정은 위원장으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래야 한국과 미국이 원하는 100% 비핵화가 가능하다”며 “김정은은 마치 핵을 내려놓으면 체제 유지가 어렵다고 보는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소련이 핵이 없어서 붕괴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wnj7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