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본회의서 마약류 관리법안 개정안 통과
뇌전증 환자 등 치료길 열려
"희귀의약품센터 공급 방식 아쉬워"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내년부터 뇌질환 등 뇌·신경질환을 겪는 희귀·난치 질환자들은 의료용 대마를 사용할 수 있다.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재적의원 220인 중 찬성 205표, 기권 15표를 얻어 가결됐다.
대마[사진=게티이미지뱅크] |
◆ 희귀필수의약품센터 통해 '의료용 대마' 사용
이번 개정안은 현재 학술연구나 공무 등의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대마를 의료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이 통과된 이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이후 의료용 대마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국내에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경우에 자가치료 목적으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입된 외국의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취급할 수 있다.
환자가 자가 치료용으로 대마 성분 의약품이 필요하다는 의사 진료 소견서를 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수입·사용 승인을 신청하면, 환자에게 승인서가 발급된다. 이를 환자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직접 제출하면, 센터가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 성분 의약품을 수입해 환자에게 공급한다.
식약처는 의약품의 용법·용량, 투약량, 투약일수 및 환자 진료기록 등에 대한 의사협회 등 전문가 자문을 통해 오남용 및 의존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 후 승인서 발급할 예정이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 통과를 통해 희귀질환 환자와 환우가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민들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환자단체 "법안 통과 환영"
법안 통과 소식에 환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뇌전증 환자 등을 중심으로 환자들은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요구했다.
강성석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 대표는 "환자가 마약법을 바꾼 것"이라며 "운동본부는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주장하며 최초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행진을 했다"고 했다.
대마의 '칸나비노이드' 성분이 경련, 통증 등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의료용 대마인 '칸나비디올(CBD)'은 뇌 질환이나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고, 환각 효과는 없다.
지난해 11월 세계보건기구(WHO) 약물의존성전문가위원회는 의료용 대마가 뇌전증과 완화치료에 유용한 치료법이며, 중독위험이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 의료용 대마를 사용하고 있으며, CBD오일의 경우 일부 국가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의 환자들은 의료용 대마를 사용하지 못했다. 뇌전증을 앓고 있는 자녀를 치료하기 위해 CBD오일을 직구했다가 형사 처분을 받은 부모들도 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강성석 목사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의료용 대마 합법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엄마를 투사로 만드는 정부'를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2018.08.10 deepblue@newspim.com |
◆ 병원처방 약국구입 못 한다… 법안 한계 지적도
하지만 이번 의료용 대마 합법화 법안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들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의료용 대마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처럼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이를 약국에서 구매할 수 없다.
환자들이 대마가 들어간 의약품을 얻기 위해서는 매번 의사에게 소견서를 받고, 식약처에서 승인을 받은 후 이를 직접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약이 떨어질 때마다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데, 약 두 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서울 강남구에만 있어 지방에 사는 환자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강 대표는 "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원래 2만명 이하인 환자에게만 의약품을 공급하는 곳인데 많은 수의 뇌전증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공급할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작 대마보다 중독성이 더 강한 모르핀, 암페타민 등도 현재 의사가 처방하고 환자가 구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마가 함부로 유통·오남용되지 않도록 이러한 제한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