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본회의서 마약류 관리법안 개정안 통과
뇌전증, 자폐증 등 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 사용 '합법화'
3개월 뒤 의료 목적 대마 사용 가능해져...식약처 승인 필요
국회 "대마 치료 효과 입증...일률적 취급 제한 불합리해"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뇌전증, 자폐증, 치매 등 뇌·신경질환을 겪는 희귀·난치 질환자가 치료용으로 대마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대안)'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재적의원 220인 중 찬성 205표, 기권 15표를 얻어 가결됐다.
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 대마를 의료 목적으로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더라도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대마를 운반·보관 또는 소지하는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치료용으로 대마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이 필요할 경우 의사 소견서를 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취급 승인을 신청,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제출해 허가된 의약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가정 내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마약류의 수거·폐기하기 위한 관련 사업도 허용된다.
이는 마약류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다만 의료 목적으로 대마를 사용하는 것은 이날부터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대마[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국회는 법안의 제안 이유에 대해 "최근 일부 질환에 대해서 대마의 치료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며 "대마의 환각 효과나 중독성 등을 감안한 일정한 행위 규제는 필요하지만 의학적 효능이나 위해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취급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또 "국내 환자의 치료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환자의 권익 보장 및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하여 대마를 의료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안은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15일 열리기로 했던 본회의가 여야간 다툼으로 불발되면서 통과가 지연돼왔다.
현재까지 아편, 모르핀, 코카인 등은 의료 목적으로 사용을 허용했지만, 대마 성분이 들어간 의약품은 사용을 금지해왔다.
뇌전증, 자폐증, 치매 등 뇌·신경질환을 겪는 국내 환자 가족들이 효능이 입증된 '대마 오일(칸나비디올 오일·CBD)'을 불법 수입하다가 걸리는 사태가 2017년 상반기에만 38건에 달하기도 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