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예멘 내전으로 인해 8만5000명을 웃도는 영유아가 기아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내전에 개입한 뒤 3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의혹에도 사우디와 변함 없는 동반자 관계라고 주장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뼈만 앙상한 예멘의 한 어린이 [사진=로이터 뉴스핌] |
21일(현지시각) 국제 구호 기구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3년 전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 개입한 이후 기아로 사망한 영유아가 8만5000명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폭탄이나 총격으로 생명을 잃은 영유아 1명 당 12명 꼴로 어린 생명이 굶주리다 사망에 이르는 실정이라는 얘기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같은 참사가 전적으로 방지 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중인 병원이 극소수에 이르는 만큼 인명 피해를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실정이고, 정부의 공식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고 단체는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태머 키롤로스 이사는 워싱턴 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기아로 숨지는 어린이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주요 장기가 하나씩 기능을 상실하다 작동을 멈추는 과정을 겪게 된다”며 “무척 고통스러운 죽음이지만 기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영유아들은 제대로 울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죽어가는 자녀들을 제대로 손을 쓰지도 못한 채 바라봐야 하는 부모들 역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내전으로 예멘의 식량 보급과 위생 상태, 의료 서비스 등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이 마비된 만큼 기근과 각종 질병 감염으로 인한 희생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UN에 따르면 예멘 인구의 절반 가량이 기근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국제 사회의 시선은 미국과 사우디를 향하고 있다.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는 지난 해 11월 국경을 봉쇄, 국제 구호 단체와 인권 단체의 식량 및 의약품 공급을 차단했고 미국은 이를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예멘 내전이 종료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을 늘리고 있고, 수출 규모가 전세계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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