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터키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가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사우디와의 협력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국제연합(UN·유엔) 공식 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터키가 카슈끄지 피살사건과 관련해 입수한 최신 정보를 미국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며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터키 정부의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터키는 지금까지 수사 협조에 관한 사우디 측 제안을 주저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의문들에 대한 답을 못 찾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우디의 협조가 우리가 원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지금 (수사가) 난국에 처해있어 진전이 없거나 전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제 수사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 정부가 최근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과 이에 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는 지난달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 이와 관련해 입장을 계속 번복해 온 사우디는 지난주 카슈끄지를 계획적으로 ‘토막살해’했다고 처음 인정했다. 사우디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 5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우디 정부 “최고위층”이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직접 바난하진 않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사우디 왕실은 왕세자 개입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또 살해 사건 정황이 녹음된 파일을 들었으며 에르도안 대통령도 녹취록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성 파일이 “굉장히 역겨웠다”며 “만약 여러분이 직접 들어본다면 이번 사건이 사전에 계획된 살인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일을 공개할 지 여부는 터키 사법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를 여전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사우디와 함께할 것”이라며 “모든 파트너들의 이익을 위해 미국이 사우디의 변함없는 파트너로 남겠다”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미국이 이번 사건을 눈감아 줄지 고민한다는 인상을 받았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이 따르지 않을 것이란 인상은 받지 못했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그에게 터키와 사우디의 수사 결과를 기다린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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