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를 사우디 왕실이 지시했음을 증명하는 녹음 증거가 있다고 보도했으나, 해당 녹음 파일을 들은 미국과 터키 측 관료들은 왕실과의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NYT는 녹음 내용을 잘 아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카슈끄지가 살해된 직후 암살단 중 한 명이 전화 통화로 자신의 상관에게 “보스에게 말하라”고 말하는 소리가 녹음됐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녹음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미국 첩보 관료들은 빈 살만 왕세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터키 정보 관료들은 전화를 건 인물이 빈 살만 왕세자를 자주 수행하는 경호원인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이고, 전화를 건 이유는 살해가 완료됐음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브루스 리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이러한 전화통화는 '결정적 증거'(smoking gun)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 터키는 여전히 사우디 왕실의 개입을 분명히 지목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문제의 녹음 파일을 사우디와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캐나다, 독일, 영국 등 원한다면 누구에게든 들려 줬다며, “녹음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해가 사우디 고위층의 지시로 사전에 계획됐지만, 그가 ‘무한한 존경심’을 보내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가 사건을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녹음 파일을 직접 듣지는 않았지만 녹음을 들은 관료에게 물어본 결과 빈 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살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 왕실의 개입을 주장하지는 않으면서도 이를 암시하는 증거를 하나씩 꺼내들며 사우디로부터 모종의 경제, 정치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끈질기게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 왕실과의 친밀한 관계와 무기수출, 중동전략 등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사우디 왕실을 직접 비난하는 것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시위대가 자말 카슈끄지 죽음의 진상을 밝히라며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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